3자 인수추진 「범양」어떻게 되나/현회장 경영서 배제 새주인 물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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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적자등 부실덩치 커 회생 불투명
범양상선의 채권은행단(서울신탁·외환·산업은행이 이 회사의 제3자 인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87년 4월 고 박건석 회장의 투신자살 사건과 함께 당시 9천여억원의 빚을 떠안고 좌초한 범양상선이 어떤 새주인을 맞을지 주목되고 있다.
범양상선의 제3자 인수방침은 사건직후부터 거론돼 왔으나 워낙 부실의 덩치가 커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지난 5년간 자체회생을 위해 서울신탁은행과 외환은행이 교대로 관리해왔으나 상황은 날로 악화돼 갔다.
결국 채권은행단은 지난 3일 이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을 냈고 9일 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 처분이 내려지면서 제3자 인수를 다시 추진중이다. 채권은행단은 법정관리 신청을 낸 이유로 현경영진의 회사 갱생의지 부족을 첫번째로 꼽고있다. 은행측은 현재 총부채가 8천5백10억원에 달하는데도 범양의 경영진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임무인 증자나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을 계속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법정관리를 통해 박승주 현회장(31·고 박회장의 외아들)등 유족들을 회사경영에서 배제시킨 뒤 적절한 절차를 밟아 새주인을 찾아준다는 방침이다.
법정관리로 상황이 이같이 호전되는 것을 전제로 채권은행들은 기존 주주들에 대해 감자를 실시,지분율을 낮추는 동시에 대출금의 일부를 출자로 전환해 다른기업에 공매한다는 89년도에 마련한 계획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고 박회장과 유족들의 지분율은 모두 56.1%에 이른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의 이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범양상선이 새주인을 맞고 회생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84척의 선박으로 선복량은 국내 최대지만 평균선령이 15년이나 돼 경제성이 떨어지며 앞으로 선박교체에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이후 나빠지고 있는 해운경기도 큰 걸림돌이다. 해운경기가 한창 좋았던 88년 범양은 1백51억원의 흑자를 내기도 했으나 지난해 흑자규모는 4억여원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1백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의 누적된 적자로 현재 자본잠식 총액이 1천8백59억원에 이르는 것도 몹시 부담스럽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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