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누가 움직이나/2세체제 가동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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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남 한근씨 「철강」전무로 선임/정 전회장 「친정체제」 한층강화
수서비리사건으로 경영위기에 몰렸던 한보주택의 법정관리신청이 최근 기각된 이후 한보그룹의 경영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서사건의 폭풍권에 있었던 정태수 전 회장이 작년 여름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뒤 네 아들이 모두 경영일선에 나섰다.
한보철강은 최근 열린 정기주총에서 정씨의 4남 한근씨(27)를 자원개발담당 전무로 선임했다.
한근씨는 미국에서 학부유학을 마치고 지난 89년 귀국하자마자 한보철강에 자금부 계장으로 입사한 뒤 2년여만에 임원에 올랐다.
그룹측은 한근씨가 아직 20대후반의 젊은 나이인데다 그가 맡게 될 자원개발사업 역시 앞으로 참여를 검토하는 신규사업인만큼 한근씨가 당장에 회사 실무에 깊숙히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받아온 경영수업의 연장이라고 이번 인사를 설명하고 있다.
정태수 전 회장은 수서비리사건이후 형식적으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아직도 그룹내 모든 일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근씨를 제외한 정씨의 나머지 세 아들은 부회장 및 사장으로 오래전부터 그룹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나 목재 및 관광담당 사장인 장남 종근씨(39)를 제외하면 2,3남 모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2남 원근씨(31)는 지난해 초부터 한보철강 동경지사장(사장급)으로 일해오고 있지만 현재 건설중인 아산만 철강단지에 소요되는 철강자재 도입이 주업무여서 아직 철강사업전반을 본격적으로 챙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룹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3남 보근씨(30) 역시 수서사건이후 지난해 9월 선임된 박승규 현 회장(60)과 함께 그룹을 외형상 이끌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룹경영의 주요사안을 아버지에게 보고해 결정하는 등 정태수 전 회장의 「친정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보주택·철강·탄광 등 3개 계열사에 작년 총매출 4천3백억원을 기록한 한보그룹은 올해 목표를 5천2백억원으로 늘려잡고 있으며 수서사건으로 위축된 주택사업(작년매출 3백28억원)대신 철강 및 해외건설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 3천8백억원으로 그룹총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했고 47억원의 당기순이익까지 올려 그룹을 먹여살리다시피 하고 있는 한보철강은 올해도 90년말 착공된 아산만 철강단지 건설사업에 전념하고 인도네시아 고속도로공사,파키스탄 배수로공사 등 해외건설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그룹측도 한보철강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2남에 이어 4남을 한보철강의 임원으로 올려 경영수업을 받게 한 이번 인사도 정태수 전 회장의 한보철강을 중심으로 한 그룹경영 구도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주변의 해석이다.
한편 한보주택은 법원의 기각에 대해 즉시 항고,재산보전처분결정이 유효한 상태에서 채무를 당장 갚아야 하는 상태는 아니며 앞으로 등촌·가양지구 택지보상금으로 빚을 청산할 계획이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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