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걸음" 정계에 심혈 쏟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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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형 연기자들이 본격 정치 활동을 위해 브라운관을 떠날 것 같아 방송계의 아쉬움이 크다.
탤런트 최불암(본명 최영한)·이순재, 코미디언 이주일씨 등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TV 출연을 아예 그만두거나 자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시청자들로서도 아까운 연기자 세 명을 한꺼번에 잃은 셈이다.
이주일씨는 제일 먼저 짐 꾸리기에 바쁘다. 이씨는 당선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정치와 연예 활동을 같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연예 활동을 병행할 경우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주영 국민당 대표가 내친 김에 그에게 당직을 강력히 권하고 있어 이씨로선 연예활동을 완전히 중단해야할 판이다.
이씨는 그래서 홀리데이 인 서울 등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를 후배들이 운영토록 하는 등 연예 활동과 사업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을 비췄다.
SBS-TV『현장 쇼, 주부 만세』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방송 활동의 영역을 넓히려 했던 꿈도 포기했다. 대신 이덕화·조용필·최병서씨 등 평소 친분이 두터운 후배 연예인들의 활동을 돕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이심씨는 이왕 정치판에 뛰어든 마당에 연예인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순재씨는 5월말 막을 내리는 MBC-TV드라마『사랑이 뭐길래』가 마지막 출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년간의 고생 끝에 움켜쥔 국회 의원 배지가 녹슬지 않도록 앞으로 지역구 활동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게 이씨의 입장.
그는 TV 드라마를 통한 선거 운동 여부로 말도 많았지만 지금 출연중인 드라마는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시인하든 안 하든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대발이 아빠」로 인기를 누렸고 이 때문에 당선에 큰 덕을 본 것만은 사실이다.
국민당 전국구에서 당선의 기쁨을 맛본 최불암씨는 그의 간판 프로그램인 MBC-TV드라마『전원일기』를 빼곤 예전과 같은 방송 활동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본인 역시 바빠질 의정 활동으로 TV 출연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다만 근 20년간 시청자들과 얼굴을 마주한『전원일기』만은 계속 출연하고 싶어한다.
방송사의 반응은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쪽이다. 각자 의사를 밝히면 그때 가서 결정할 문제지만 이들의 생각을 염두에 두었다가 출연진 교체나 프로 편성에 대처할 방침이다.
국내 TV의 얼굴로 통하는 이들의「4년간 실종」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형 연기자를 잃은 아쉬움이다.
뒤집어 말해 외길을 가는 연기자의 모습을 많은 이들은 기대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시각은 이들 연예인이 정치에 몸담은 이상 국회에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자질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주변의 쓸데없는 눈총을 받아서는 곤란하다는 견해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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