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한류 표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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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역전 우승한 린시콤이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고 있다. [리유니온 AP=연합뉴스]

불꽃처럼 타오르던 여자골프의 한류(韓流)가 잦아들고 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리유니온 골프장(파 72)에서 끝난 미국 LPGA 투어 긴(Ginn) 오픈에서 브리트니 린시콤(미국)이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공동선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로라 데이비스(영국.이상 14언더파)에게 4타 차 3위로 경기를 시작한 린시콤은 강풍 속에서 벌어진 최종 라운드를 이븐파로 버텼다. 그러나 약속이나 한 듯 오초아는 5오버파(합계 9언더파), 데이비스는 7오버파(합계 7언더파)로 무너진 덕분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데이비스는 마지막 2홀에서만 5타를 잃었고, 오초아는 13번 홀부터 6타를 잃었다.

린시콤의 우승으로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미국 선수들이 5승을 따냈다. 1승은 오초아. 반면 한국 선수들은 아직 조용하다. 지난 시즌 이맘때는 3승을 따냈으나 올해는 우승 경쟁에도 제대로 끼어 보지 못했다.

개별 대회에서 톱10에 든 선수는 많았지만 상금 랭킹 10위 안에는 이지영(하이마트) 혼자 포함됐다. 풀시드권을 가진 한국 선수가 역대 최다인 37명으로 늘었고, 한국 선수들의 우승을 번번이 가로막았던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위력이 줄어드는 더블 호재가 있는데도 사정은 더 나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졌다기보다는 미국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여자 골프의 인기가 없어 선수층이 얇았다. 그러나 소렌스탐, 미셸 위 등 스타가 나오면서 인기와 상금이 커지자 많은 미국 소녀가 이제 진지하게 골프를 한다. 이들은 힘이 좋은 데다 홈 코스라는 이점, 거기에다 어깨너머로 한국 선수들의 성실성까지 배웠다. 올해 우승한 미국 선수 중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만 20대 중반이고 폴라 크리머, 모건 프리셀, 미건 프란셀라, 린시콤은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어서 이들의 활약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박세리(CJ)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너무 많아 누가 우승할지 도저히 알 수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미현(KTF)은 "예전보다 투어 수준이 올라가 잠깐만 한눈을 팔면 컷 탈락할 상황이 됐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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