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이공계대학 신입생 수학시험 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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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학 이공계 신입생들의 수학 실력이 중.고교 문제를 절반도 못 푸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는 2, 3월 2007학년도 이공계 신입생 976명을 상대로 수학 기초실력을 평가한 결과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48.8점이었다고 12일 밝혔다. 협의회는 상위권 대학 6곳, 중위권 대학 7곳, 하위권 대학 7곳에서 학교별로 평균 약 45명씩 선발해 중.고교 수준의 수학 문제 20개를 단답식으로 내 평가했다. 상위권 대학들의 평균 점수는 75.1점이었으며 중위권 대학들은 49.4점, 하위권 대학들은 25.6점으로 집계됐다. 중학교 수준 문제는 평균 75.8점이었으나 고교 1학년 수준 문제는 48.2점, 고교 2~3학년 수준 문제는 34.2점에 불과했다.

배재대 이규봉(수학) 교수는 "기대보다 상당히 낮은 점수다. 교과서 수준의 문제들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수학과목 선택제도, 객관식 선다형 위주의 평가제도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협의회장인 서울대 오세정 자연대학장은 "중등 수학.과학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며 "이 두 과목으로 이뤄진 수능Ⅱ를 실시하자"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 상위권 대학들이 'SATⅡ'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듯 수학.과학 과목의 심층적 내용을 다루는 시험을 통해 이공계 우수 인재들을 대상으로 변별력 있는 대입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대학장협의회.공대학장협의회.대한수학회 등 수학.과학 관련 단체들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이를 주제로 한 '수학.과학 교육정책과 국가경쟁력' 포럼을 연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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