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4세 사망원인 1위는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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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의 여성들의 자살률이 심각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족함에도 관련 법안이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되거나 다른 대책마련이 뚜렷하게 없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별 사망원인에서 암과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세에서 24세 청소년들의 자살이 인구 10만명당 12.2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 돼 자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결과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경우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 교통사고로 인구 10만명 당 13.4명이었으나 여성의 경우 자살이 12.6명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자살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한국자살예방협회 장창민 과장은 생명 존엄성에 대한 가치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그리고 가치관이 붕괴된 이유로 가족 안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의 부재를 그 원인으로 지적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홍식 회장은 자살발생 원인을 한가지로 잘라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의 급격한 발전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고 이혼, 별거 등으로 가족관계가 와해되면서 고립감에 빠져 드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신위생의 수준은 형편없이 낮다면서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을 논했다. 인터넷에서는 공기총이나 독극물이 판매되는가 하면 자살 사이트가 운영되는 등 자상 충동 부여가 심각한 수준이다.

또, 자살은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이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이 회장은 한 사람이 죽으면 피해를 보는 인원은 평균 6명이라며 매년 자살을 시도하는 인원이 30만명에 이르고, 피해액만 약 3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자살이 청소년기에서 유의할만한 통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기만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장창민 과장은 가장 자살율이 높은 것은 20대지만 자살자 수가 가장 많은 것은 40대라며 전 연령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4년에 정부는 자살예방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자살사고를 당시보다 20% 이상 줄이고 범국민운동과 자살위험자 조기 발견 및 치료,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증진사업에 대한 추진체계를 단계별로 구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자살률 하락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홍식 회장은 국가 차원의 관련법이나 기구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현 국가에서의 자살예방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 작년 9월, 안명옥(한나라당)의원은 자살예방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3년마다 자살의 실태를 조사하고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자살위험자 및 미ㅜ자에 대한 조기 발견, 치료 및 사후 관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법안이 논의도 되기 전에 국회에서 사학법 등 다른 주요 법안에 의해 밀리고 있어 관계자들로부터 아쉬움을 사고 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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