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선생도 한·미 FTA 찬성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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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호응에 놀랐습니다. 저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박석무(65.사진)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각오를 다졌다. 2004년 6월부터 독자들에게 보내기 시작한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가 2일로 400회를 맞았다.

처음 지인 500명에게 e-메일로 보낸 '풀어쓰는…'의 수신자는 현재 33만5000명으로 불어났다. 다산연구소 홈페이지(www.edasan.org)에 실린 글을 인터넷 블로그.카페 등에 퍼가는 사람을 합하면 50만 명에 이를 정도란다.

'풀어쓰는…'는 원고지 5매 분량으로 조선 후기 대학자였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철학과 사상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재조명한 글이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다산의 참모습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해왔다. 고전의 현대화라는 시대적 화두와 잘 맞아 떨어진다.

박 이사장은 40년 가까이 다산을 연구했다. 1972년 다산의 법사상을 주제로 전남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다산이란 '거대한 세계'와 씨름해 왔다. 60~80년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네 차례 옥고를 치뤘던 그는 13.14대 국회의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을 거쳐 현재 단국대 이사장도 맡고 있다.

"다산의 사상은 실사구시와 부패척결 두 단어로 수렴됩니다. 다산은 대단한 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이었죠. 200년 전 그가 고민했던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바로 적용됩니다. 그 참뜻을 대중에 보다 쉽게 전하자는 뜻에서 뉴미디어의 총아인 인터넷에 주목했어요. 다산이 지금 살았더라도 선택은 비슷했을 겁니다."

박 이사장의 '풀어쓰는…' 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지금까지는 그간 공부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썼다면 앞으로는 다산의 저작을 꼼꼼히 읽어 우리 시대의 현안을 풀어가는 지혜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다산은 실용론자였습니다. 나라와 나라의 교역확대를 강조했어요. 그도 한.미 FTA에 찬성했을 겁니다. 협정 체결로 손해를 볼 수 있는 계층에 대한 정책도 내놓았을 거구요."

글=박정호 기자<jhlogos@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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