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 수험생 “분통터진다”/후기대 연기/지방학생 여관해약 대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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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일촉박… 졸속출제 우려도
후기대 입시 전형일을 하루 앞두고 21일 터진 입시 사상 초유의 시험연기 사태는 전국의 수험생·학부모,고교·대학·교육부 당국에 엄청난 혼란을 몰고왔다.
21일 오전까지 수험생 예비소집을 마쳐 수험표 배부 및 고사장 배치까지 끝낸 각 대학엔 수험생들의 문의전화가 쇄도,업무가 마비되는 소동이 빚어졌고 일부대학은 이날 오후의 수험생 예비소집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도서관에서 최종마무리 공부를 하느라 뉴스를 미처 듣지못한 일부 수험생들은 22일 새벽부터 수험장에 도착했다가 입시날짜가 연기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어떻게 이런일이 터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교육부측은 일단 후기대 전형일을 2월10일로 연기했으나 시험문제 재출제와 전문대 입시일정 조정등 후속조치를 마련하느라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각대학들은 뒤죽박죽 돼버리는 바람에 새로운 일정과 계획을 짜느라 비상이 걸려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사일정 촉박으로 2∼3일간 치르려던 오리엔테이션 행사등 교내행사를 하루만에 끝낼 방침이며 시험을 치른 뒤에는 가능한 모든 인원을 동원해 최단시일내 채점을 마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학관계자들은 『시험문제의 졸속출제 우려는 물론 채점마저 서둘러 해야하기 때문에 올바른 학력평가가 이루어질지 큰 걱정』이라며 『채점이 늦어질 경우 일부 대학에선 입학일 조정등 전체 학사일정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학=외국어대는 시험연기 사실을 모른채 21일 오후 1시부터 예비소집한 수험생들에게 수험표를 배부하던중 30분만에 이를 중단,대책회의를 연뒤 수험생들에게 시험연기 사실을 통보하고 수험표는 이미 교부받은 학생들과의 혼선을 우려해 모두 배부했다.
성균관대는 라디오를 통해 시험 연기사실을 알고 오후 1시 수험생 예비소집을 아예 중단,예비소집일을 2월8일로 통보하고 수험생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 수험생을 예비소집해 수험표를 교부했던 한양대·대구대·부산외대 등엔 수험생과 학부모의 항의성 확인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교육부의 예체능계 실기시험 정상 시행방침과 달리 건국대는 23일 수험생 면접을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해 혼란을 빚었다.
명지대·호남대 등 교실부족으로 고교교실을 빌려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대학들은 고교가 개학할 경우 수험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걱정.
한림대·관동대·상지대 등은 시험관리 요원과 수험생 용으로 도시락을 수백개씩 준비했으나 모두 쓸모없게 돼 큰 손해를 보게됐다.
◇수험생=경희대 정문 앞에는 22일 오전 7∼8시 사이 시험연기 사실을 모르거나 연기사실을 재확인 하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대학 관계자들이 진땀을 뺐다.
21일 대전에서 상경,예비소집에 참가했다가 시험을 보기위해 나온 김영욱군(20·검정고시)은 『예비소집후 곧바로 신도림동 독서실로 가 마무리 공부를 하느라 뉴스를 보지못해 시험연기 사실을 몰랐다』고 밝히고 『우리같은 지방수험생이 받은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시내 대학주변 호텔과 여관 등에도 이날 오후 예약했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찾아와 환불을 요구하며 업소측과 승강이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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