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귀찮은 동생 아프면 신날 줄 알았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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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귀엽지 않은 내 동생
하마다 케이코 글·그림, 김숙희 옮김
한울림어린이, 32쪽, 8500원, 유아

짝꿍 바꿔 주세요!
다케다 미호 글·그림, 고향옥 옮김
웅진주니어, 28쪽, 8000원, 유아

동생과 짝꿍. 아이들에게는 둘 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스트레스가 되는 관계다. 싫어도 더불어 지내야 돼 귀찮기도 하고, 때로는 경쟁상대가 돼 미움과 시기.질투 등의 고통을 준다. 두 책 모두 인간관계 훈련의 첫 단추를 꿰는 아이들의 이런 속마음을 잘 읽어내고 있다.

'귀엽지…'는 연년생 여동생에 시달리는 오빠 고타의 이야기다. 수다쟁이에, 참견쟁이에, 지저분하기까지. 학교에서도 자꾸 아는 척 해 창피하다. "겐의 여동생은 얌전하고 귀엽다. 슈의 남동생은 심부름을 잘한다. 다케의 누나는 상냥하고 예쁘다. 히데의 형은 축구를 잘한다. 준은 제일 부러운 외동아들이다. 그런데 나만… 불행하다." 그맘때 아이들이라면 흔히 하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 동생 다른 집에 갖다주자"는 어른들의 농담에는 얼굴이 확 굳어지며 울상을 짓는 게 또 아이들 아닌가. 고타도 그런 모양이다. 동생이 독감에 걸려 혼자 학교에 다니게 됐다. 신이 났다. 쉬는 시간에 찾아오는 동생이 없으니 조용하다. 그런데 웬 일? "조용하다는 건 행복한 것"이라 되뇌지만 기분이 이상하다. 자꾸만 혼자 누워있는 동생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동생은 낫고 다시 시끄러운 고타의 일상이 시작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젠 정말 모르겠다"로 끝나서다. "시끄러워도 내 동생이 제일 좋아요"나 "정말 동생을 사랑해요" 등 어설픈 화해로 마무리짓지 않아 공감 100%를 끝까지 유지한다.

'짝꿍 바꿔…'에서는 짝이 문제다. 은지는 짝 민준이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 민준이는 은지가 수학시간에 손가락셈을 한다고 선생님께 이르고, 체육시간에는 줄넘기가 서툴다며 놀린다. 게다가 어제는 은지가 아끼는 분홍연필을 부러뜨렸다. 억지로 등교한 은지 앞에 민준이가 나타난다. 테이프로 곱게 붙인 연필을 내밀며 "미안해"사과를 하는데. 피차 마음 표현이 서투르긴 마찬가지다. "덧셈 가르쳐 줄까?"라는 민준이에게 은지는 "흥! 또 못살게 굴 거잖아"라고 쏘아준다. 다음 책은 민준이의 속마음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 이제 막 '남과 마음 맞추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잘 할 수 있을거야"라며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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