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 합격선 「뻥튀기」의혹/수험생·교사들/고득점자수도 실제와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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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6점 낮은데도 합격됐다”/수석합격자 “내 점수보다 높다”/자존심·우수학생 유치 경쟁
전기대 합격자발표가 잇따르면서 사립대학들이 앞다퉈 공개하고 있는 합격자 평균점수 및 합격선이 실제보다 훨씬 높다는 의문이 수험생·일선 교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전기대 입시에서 커트라인을 공개한 A대의 경우 수험생들의 예상득점치보다 학교측이 밝힌 커트라인이 많게는 16점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합격생들조차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또 일선고교 진학담당교사들은 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을 비롯,각 대학들이 발표한 3백점이상 고득점자 수 및 평균합격점이 대학간의 과열된 경쟁의식으로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선학교 및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으며 29일 합격자 발표예정인 서울대의 경우 3백20점이상 고득점 지원자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관계자들은 각 대학들의 합격선 부풀리기 경쟁이 올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학교간 「자존심」 경쟁과 특히 내년 입시에서 좀더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A대가 발표한 법학과 커트라인은 내신 1등급 기준으로 3백12점.
그러나 이 학교 같은 학과에 지원했던 서울D고 3년 최모군(18)의 예상득점은 내신 1등급 환산,2백96점이었는데도 합격해 학교측이 밝힌 커트라인과는 16점이나 차이가 났다.
최군은 『시험을 치른 직후 모범답안지로 5∼7차례 채점했으나 가장 높게 나타난 점수가 2백96점이었는데도 합격해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최군과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김모군(18)도 A대 법학과를 지원,예상점수가 내신 1등급에 3백4점이 나왔으나 거뜬히 합격해 『대학측이 밝힌 법학과 커트라인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역시 같은 대학 의예과를 지원한 서울T고 3년 전모군(18)은 대학측이 공개한 커트라인은 3백8점이었고 자신의 예상점수는 3백점이었으나 합격했다.
또 올해 B대에 수석합격한 김모군(19·서울H고 졸업)은 『대학측에서는 나의 순수학력고사 점수가 3백27점이라고 발표했으나 주관식을 만점으로 계산해도 예상득점이 3백15점밖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어리둥절해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A대측은 『수험생들의 예상점수와 실제 채점결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선교사들은 『고득점 수험생의 경우 예상득점과 실제점수와의 차이는 아무리 높아도 5점이내』라면서 『대학측의 뻥튀기기 점수발표는 해마다 있어 왔으나 올해는 학력고사 문제가 쉬운데 편승,그 정도가 심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하일 종로학원 상담실장은 『대학들이 발표하는 학과별 커트라인은 실제보다 과대포장하는 경우가 많아 진학상담 자료로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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