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화교류 새장연다|「합의서」 서명… 문화부 분야별 전략수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불가침과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한 합의서가 서명됨에 따라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남북한 문화교류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과 문화계는 그동안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통일에 대비한 문학교류 시나리오를 착실히 진행시켜왔고 상당한 조사도 이루어진 상태여서 앞으로 남북문화교류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화부는 남북한 합의서 서명 다음날인14일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 7월 북한측에 발족을 제의한 바 있는 민족문학공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남북한 문화교류를 구체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민족문화공동위원회은 남북한 문화예술계인사들을 망라해 각분야 1백여명으로 구성하고 분단이후 이질화가 가장 심했던 언어·문화재 분야등을 중심으로 남북한동질성추구를 위한 문학프로그램 공동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학부는 그동안 민족문화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업 및 기초연구를 강화한다는 목표아래 남북문화교류의 분야별 전략을 수립, 추진해 뫘다.
우선 이질화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밝혀진 언어분야와 전통문학분야를 대상으로 1단계 자료의 상호교환, 2단계 공동연구 및 교류사업 추진, 3단계 남북한 언어통일회의 개최 및 문화유산 공동연구추진등 3단계 전략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언어 이질감 해소를 위한 통일대비 종합국어대사전 편찬사업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 앞으로 10년간에 걸쳐 l만쪽 규모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기초사업으로 국립국어연구원은 지난 89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남북언어차이를 비교분석한 『발음·맞춤법』 『고유어』 『한자어』등 3권의 보고서를 퍼낸바 있다.
이어 국립국어연구원은 지난 10월 북한과 공동연구를 위한 제안을 정부 당국에 제출해 놓고 있으나 그동안 고위급회담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답보상태를 거듭해 왔다.
북한과의 협의가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 국립국어연구원은 지난 여름 중국 연변의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김기종소장과 만나 통일사전제작에 대한 협조를 약속받은바 있다.
통일사전 제작에는 북한의 협조가 필수적이나 불가능할경우 북한과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의 조선족 언어습관을 참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남북합의서 서명으로 북한과 공동으로 통일사전을 편찬하는데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전통문화 분야에서는 문화재관리국 산하 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그동안 착실히 준비가 이루어져 남북문화 교류가 성사만 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추진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연구소는 북한에서 발굴된 문화유적을 사진·해설과 함께 소개한 『북한문화유적 발굴개요』(5백30쪽 분량)틀 이달말 발간 예정으로 있다.
또 내년에는 그동안 수집된 북한자료를 중심으로 「북한 문화재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북한자료 수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슬라이드등 사진자료 l천5백여점, 북한도서 구입복제 3백건 4백50여점, 북한문화재유적 발굴 자료 40여건, 광개토왕릉비문 탁본 및 기타 자료 다수를 확보한 상태여서 남북한 문학교류가 본격화될 경우 높은 수준의공동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는 이같은 정부차원의 교류 이외에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도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남북종교행사의 공동개최와 종교인의 상호교류, 비정치적 문화·예술방송프로그램의 상호 교환방영, 해외문화기관 주최 국제문화예술행사의 공동참가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