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연방 사라진다/슬라브 3개공 「독립국공동체」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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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르비 신연방안은 “공중분해”/민스크에 본부설치… 외교·국방·핵 공동관장
【민스크 타스·AP=연합】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시(구 백러시아)소련 슬라브계 3개 공화국은 8일 외교·국방 및 핵통제권 등을 공동관장하는 기구를 벨라루시 수도 민스크에 두는 「독립국가 공동체」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관계기사 5면>
이로써 발트 3국 독립후 나머지 12개 공화국으로 새로운 연방을 결성하려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노력은 좌절됐으며 74년동안 존재해온 소연방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등 3개 공화국 지도자들은 9일 민스크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 및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 대통령이 동참하는 5자회담을 열고 소련의 장래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 3개 공화국 지도자들은 8일 민스크교외 부크강변 브레스트에서 지난 이틀간 계속된 비공개 회담을 끝내면서 발표한 공동협정을 통해 「독립국가 공동체」창설을 발표했다.
옐친 대통령과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우크라이나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스타니슬라프 슈슈케비치 벨라루시 최고회의의장이 낭독한 협정문은 『민스크에 행정부를 두는 「독립국가공동체」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독립국가공동체가 구소연방 구성국가는 물론 기타 국가들에도 문호를 개방한다고 강조,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슬라브계 국가들의 연합체결성을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협정은 『독립국가공동체가 외교·국방정책을 공동 운용하며 역내 배치 핵무기는 궁극적인 폐기를 목표로 공동 관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핵지대화 및 중립국 지위확보를 향한 노력에도 일체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들 3개 공화국은 이밖에 ▲상호 내정불간섭 ▲유엔헌장·헬싱키협정·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모든 국제조약 및 의무이행 ▲군축실행 ▲소수 민족권리이행 등에도 합의했다.
이 협정은 서두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주도해온 신연방조약체결 노력이 실패했으며 연방정부의 실정으로 정치·경제적 파국에 직면했다』고 비판하고 『독립국가공동체가 창설됨으로써 소련은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이번 협정이 연방정부 권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독립국가 공동체 조정기구위치를 모스크바가 아닌 민스크로 정하는등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완전 매장하는 내용으로 일관돼 있음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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