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호주 '신3각동맹'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미 동맹의 결속력이 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호주를 맹방으로 끌어들였다. 미.일 동맹이 과거 어느 때보다 끈끈한 상태에서 호주가 가세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3각 축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군사.외교적으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게 됐다. 일본 언론들도 그런 해석을 내놓았다. 아사히.요미우리 등 주요 신문들은 이날 "이로써 태평양 지역에서 미.일.호주 간 새로운 안전보장 트라이앵글(삼각) 체제가 구축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지역 안보 구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일본.호주 신협력시대 돌입=양국은 공동선언에서 향후 협력 분야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차단과 테러 대책,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예방 공조 등 9개 항목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실시방법으로 ▶일본 자위대와 호주군의 공동 훈련▶양국의 외무.국방 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 창설도 명기했다.

아베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일본과 호주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워드 총리도 "일본 이상으로 멋지고 신뢰할 수 있는 벗은 태평양에서 찾을 수 없다"며 "공동선언에 포함된 내용들을 더욱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일본과 호주의 협력 강화는 결국 미.일.호주 3국 간 협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보름 뒤 당장 3국 합동 훈련=미.일.호주는 다음달 초 태평양 해상에서 첫 3국 공동 군사훈련을 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3국 간 연대 강화가 '중국 포위망 구축'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3월 세 나라 외무장관이 처음으로 함께 '전략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중국의 불투명한 군사력 확장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호주와의 관계가 크게 격상됨에 따라 앞으로는 인도를 포함한 미.일.인도.호주 간 4개국 전략 대화도 창설해 나간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내다봤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