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서비스 축소 협의'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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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카드사가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일 때 고객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지도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방침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이 위험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카드사들의 서비스 한도 축소로 우량 고객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도축소 사전 협의조항'을 카드사의 약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한도를 조정할 때 직전 분기 말 한도의 10% 이상 줄이지 못하도록 지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지 12월 3일자 E1면).

신용카드사들은 이에 대해 위험(리스크) 관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전 협의의 실현 가능성도 작다고 반박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에게 신용등급이 낮으니 한도를 줄이겠다고 통보하면 이에 동의할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서비스 한도를 줄이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특히 현금서비스 이용자의 50~60%가 앞으로 연체할 가능성이 큰 '잠재 연체자'로 분류되고 있는 상태여서 현금서비스 이용자 대부분이 한도 축소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서비스는 이자(수수료 포함)가 연 30%를 넘을 정도로 고금리이기 때문에 현금서비스 이용자의 상당수가 현금을 급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만약 회원의 동의와 상관없이 사전 협의만 하면 된다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협의만 하고 한도는 지금처럼 줄여나갈 것"이라며 "리스크 관리는 금융기관 본연의 의무"라고 말했다.

한도 축소 규모를 10%로 제한하면 고객의 신용도가 급격히 떨어질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민대 법과 김문환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정부의 지도를 따랐다가 카드사에 부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책임지겠느냐"며 "카드사들이 살아 남기 위해 한도를 줄이는데 대해 감독당국이 규제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카드사가 갑자기 한도를 줄여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고객과 협의하면 충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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