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에서 달리고 헬기도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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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북한군은 소련제 T-34 전차를 앞세우고 남침했다. T-34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소전에서 명성을 날린 전차다. 유엔군의 반격은 미군이 당시 최신예 M4 셔먼 전차를 투입한 뒤에야 가능했다.

57년이 흐른 지금 한국 군이 세계 최고 수준급 전차를 개발했다. 세계 최고.최첨단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2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창원시험장에서 열린 국산 차기 전차 XK2 시제품의 출고식 현장. XK2의 별명은 '흑표(黑豹.검은 표범)'다.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단상에 마련된 시동 버튼을 누르자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흑표 세 대가 늠름한 모습을 드러냈다.

3명의 전차 승무원은 노 대통령에게 경례한 뒤 15분간 시연했다. 한 전차는 산 중턱의 가상 표적에 포신을 겨눈 채 흔들림 없이 질주했다. 다른 전차는 몸체를 좌우.상하 자유자재로 흔들면서도 안정감 있게 이동해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흑표의 최대 강점은 '헬기 교전 능력'이다. 하늘에서 전차를 위협하는 헬기를 격추할 수 있는 '전자지능탄'을 갖췄다. 포신에서 발사된 전자지능탄은 스스로 헬기 표적을 찾아 공격하는 이른바 '파이어 앤드 포겟'(fire and forget) 개념으로 설계됐다. 그동안 세계 최고로 꼽혔던 프랑스의 르클레르 전차와 미국 신형 에이브럼스(M1A2 SEP) 전차는 헬기 교전 능력이 없다.

흑표는 1995년부터 12년 동안 2000여억원을 투입해 개발됐다. ADD의 김의환 전차부장은 "90%가 우리의 독자 기술이며 나머지도 굳이 국내에서 개발할 필요가 없는 부품"이라며 "마침내 전차 선진국들의 제품보다 우수한 전차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군의 주력인 K1 전차는 미국이 설계하고 국내에서 생산한 전차다.

흑표의 대당 가격은 83억원. 2011년 실전 배치가 목표인데 내년 말까지 진행될 시험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시험 평가에 실패하면 바로 리콜된다. 생산은 국내 방산업체인 로템이 맡게 된다. 실천 배치될 경우 수출 전망도 밝다. 다른 나라의 전차 가격은 100억~120억원대여서 충분한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 관통력과 장갑=흑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전차를 뚫을 수 있다. 종전에 비해 1.2m 길어진 포신(6.6m)과 텅스텐 중합급으로 된 신형포탄(APDSFS탄)은 북한의 최신 전차 '천마'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의 경쟁 전차 장갑을 관통한다. 대신 흑표의 특수 장갑은 적 전차의 포탄을 막아낸다. 적 포탄이 닿으면 장갑에서 자동으로 폭발이 일어나는 '반응장갑' 기술과 특수 복합장갑의 결합은 흑표만의 비밀이다. 반응장갑 기술은 적 전차 등에서 발사한 포탄의 관통력을 약화시킨다.

흑표는 또 4.1m 깊이의 물속을 움직일 수 있으며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전투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포탑까지 완전히 잠기는 전차는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 개발한 것이라는 게 ADD 측의 설명이다. 흑표는 특히 9.8㎞ 안에 있는 목표물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적과 아군을 자동으로 구별한다. 전차 안의 4개 모니터에는 아군과 적군의 위치 등 전투지역의 상황이 표시된다.

생존 능력도 뛰어나다. ' 전파 교란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적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자동으로 연막탄을 발사하고 레이더로 교란한다. 화학무기.미생물과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글=김민석 군사전문기자<kimseok@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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