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선택과목안」철회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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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필수과목인 국사교육을 선택과목으로 설정한 제6차 교육과정개정시안이 학계 등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필수」로 환원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을 내놓은 교육과정연구위원회(위원장 한명희·동국대교수)는 최근 학계의 반발이 계속되며 여론의 호응을 받자 국사과목을 다시「필수」로 환원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최종 결정권을 지닌 교육부에서도 「국사과목의 필수화」가 지배적 여론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개정시안에 대한 학계의 반발은 시안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시작돼 역사학 관련학회의 이례적인 성명발표와 교육부 직속단체인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박영석)의 결의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사교육연구회(회장 오린석)등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6개 학회는 지난 7일 개정시안을 「무모한 발상」「독단적 판단」등으로 강하게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국사과목을 종전처럼 필수로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절차에 결코 승복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것은 국사편찬위의 긴급위원회의. 국사편찬위는 11일 오후 위원회 회의실에서 위원회의를 갖고 국사뿐 아니라 세계사교육까지 강화할 것을 주장하는 결의안을 채택, 교육부 등 관계기관에 보냈다.
위원회는 『학계·교육현장·일반여론을 결집해 교육과정연구위원회에 다음 사항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강한 어조로 5개항을 요구했다. 요구사항은 ▲국사교육강화 ▲국사교과독립과 공통필수유지 ▲세계사교육강화 ▲사회과 공통과목 신설유보 ▲교과교육전공자의 교육과정 개정참여 등이다.
위원회는 개정시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국가·사회적 측면에서 『민족주체성확립을 위해 국사교육은 더욱 강조돼야 하며, 이는 민족통일의 과제와 민족주의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질서의 흐름에 대처하기 의해서도 필연적』이라고 주장. 교육적 측면에서는 『개정시안은 국·영·수 세과목에 치중, 전인교육을 저해하고 있다』며 『국사과를 사회과목으로 통합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세계사까지 역사교과로 독립·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요구사항 중 주목되는 것은 마지막 항. 『교육과정 개정연구에 과목별 전공자가 참여해야한다』는 주장은 교육학 전공자만으로 구성된 연구위원회에 대한 반감·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당초 위원회에서 준비한 문안에는 없던 항목으로 토론과정에서 제기돼 추가된 것이다. 이는 『연구위원회가 미국특정대학의 교육학 전공자 중심으로 짜여져 특정 학과의 독단을 일삼는다』는 학계전반의 불만을 반영한다.
중·고교 국사교육강화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대학 국사교육강화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5공 때까지 국사과목은 국민윤리·교련과 함께 정책과목으로 필수였으나 6공들어 정책과목이 없어지면서 국민윤리·교련과 함께「선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각 대학의 국사과목 수강생은 절반이하로 줄었다.
한영우 교수(서울대)는 이에 대해 『국사는 5공 잔재가 아니다. 국민윤리·교련과 같은 차원에서 격하될 것이 아니라 「국어」와 같은 차원에서 「필수」로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교육부 함수곤담당관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함담당관은 『연구위원회가 여론을 반영한 수정안을 10월말까지 교육부에 제출하면 다시 교육부에서 각계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내년6월 발표한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국사교과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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