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증자/기업 합병/실권주 차익/변칙이익·증여 다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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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기업 주식조사 왜 하나/주식이동 전산화돼 본격 추적/“현대조사 정치적 뜻 없다” 강조
6공과 현대의 불화설등 현대그룹계열사에 대한 주식이동조사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항간의 시각에 대해 국세청은 펄쩍 뛰고 있다.
『국세청이 늘 하는 일중의 하나가 주식이동조사인데 거기에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서영택 국세청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국회발언이 정치적 측면에서 그토록 크게 보도 될 줄은 미처 몰랐다며,『현재 그룹전체에 대한 세무조사는 현대그룹뿐이지만 현대그룹외에 한두개 개별기업도 주식이동에 따른 변칙 증여 여부와 관련,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다른 관계자도 『기업에 대한 주식이동 조사는 연례 행사처럼 돼있고 자금도 각지방 국세청별로 수십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주식이동 조사를 펴고 있는데 조사를 받고있는 기업 한 둘을 거명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주식이동 조사를 받는 대기업이 여럿 생겨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현재 적잖은 계열기업 또는 한그룹 전체의 주식이동과 관련,본격적인 조사 또는 내사를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세청의 주식이동조사가 새삼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개별기업 단위가 아닌 그룹단위의 주식이동조사가 올해부터 처음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또 적어도 3년에 한 번 꼴은 거의 모든 기업에 대해 주식이동 상황을 한번 훑어볼 수 있는 제도적 틀도 만들었다.
국세청이 이처럼 올해부터 주식이동조사를 크게 강화한 것은 그간 내노라하는 그룹들의 주요 주주가운데 상당수가 변칙적인 자본거래를 통해 많은 이익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기업을 공개하기전에 과도하게 유·무상증자(물타기)를 실시,떼돈을 버는가하면,실권주를 특수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인수,차익을 챙기는 한편 변칙적인 기업합병으로 대주주들이 재미를 본 경우도 많았다.
지난 89년 국정감사에서 「물타기」의 표본으로 지탄을 받았던 현대그룹의 경우 야당의원들이 『가만히 앉아서 2천억여원을 챙긴 정주영 회장에게는 왜 세금한푼 매기지 않느냐』고 따질 정도로 현대정공·금강산업개발 등의 물타기를 통해 거액의 불로소득을 챙겼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기업을 공개한 36개사는 공개직전 1년간 평균 1백7.2%의 유상증자와 1백30.1%의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이같은 물타기는 지난 89년에도 심해 총 1백26개사가 평균 97.4%의 물타기 증자를 실시했다.
또 지난 89년에는 상장기업인 (주)한진이 비공개 계열사인 대한종합운수의 흡수·합병을 통해 조중건 대한항공 사장등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 일가족 6명은 1백억원 이상의 주시평가차익을 챙겼던 것으로 지적됐다.
81년이후 작년까지 모두 2백50여건의 특수관계기업간 흡수·합병이 이뤄져 대주주등이 막대한 이익을 거뒀으나 과세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이밖에 지난 88년 계열사의 실권주를 인수,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한국화약그룹 임직원 등에게 2백억원이 훨씬 넘는 증여세가 추징되기도 했다.
현대·럭키금성그룹의 계열사를 포함한 많은 상장기업들이 증자시 생기는 실권주를 대부분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임원들에게 배정함으로써 많은 시세차익을 안겨줬다.
국세청은 올 3월에 「계열기업에 대한 주식이동 조사지침」을 만드는 한편,89년부터 추진해온 「주식이동 전산화」가 올해초 마무리됨에 따라 주식이동이 많았던 기업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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