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0.59% 상승·강남구 재건축 1.39% 하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1.11 집값 안정 대책이 나온 이후 한 달 동안 주택 수요가 위축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분양시장의 청약 열기도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한풀 꺾였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으로 주택가격 안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강남권 등의 경우 공급 부족 등 불안 요인이 있어 집값 상승의 불씨는 남아 있다고 말한다.

◆재건축이 하락세 주도=1.11 대책 이후 강남권 등의 재건축 단지가 많이 내렸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36평형은 지난해 연말 16억6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14억4000만원까지 내렸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실수요보다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단지들이 민감하다"며 "집값 상승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상한제로 투자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이자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가를 높여야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이 많아지는데 상한제로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 조합원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일반아파트의 경우 하락세를 보이진 않지만 상승세는 약해졌다. 강남구 대치동 명지공인 송명덕 사장은 "매수 문의도 뜸해졌지만 주인들도 양도세 부담 등으로 팔기보다 두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1.11 대책 이후 9일까지 한 달간 0.59% 오르는 데 그쳤다. 대책 전 한 달간(2.39%) 상승률의 4분의 1 정도로 둔화됐다. 거래도 크게 줄어 지난달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92건으로 지난해 1월(527건)의 17% 선이다. 송파구의 1월 거래 건수(92건)도 지난해 1월(345건)의 26% 수준이다.

분양시장에서도 실수요층이 적은 고급아파트 수요가 줄었다. 평균 분양가가 평당 3200만원 선인 서초아트자이 주상복합의 경우 분양을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됐지만 계약률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한제 등 후속 입법화가 관건=주택시장의 수요 위축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적어도 상한제 등이 시행될 9월 전까지는 집값 하락 기대감에 주택 수요가 늘기 힘들다. 다음달부터 6억원 이하까지 확대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상한제 확대 등으로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고 대출 억제로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지금 집을 사는 데 대한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중소형 청약 경쟁이 치열한 것에서 보듯 주택 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욕구는 여전히 강하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1.11 대책이 입법 과정에서 후퇴하거나 집값 안정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억눌린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지금의 집값 보합세에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9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착륙 우려는 없지만 공급 불안에 대한 심리가 남아 있고, 수요 불안 요인도 존재한다"며 "부동산 후속 입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