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성추행 동영상은 자작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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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학생을 때리고 성추행하는 장면을 담은 인터넷 유포 동영상이 경찰 조사 결과 고교생들의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7일 "추적 끝에 동영상을 올린 A군(16) 등 남녀 고교생 6명을 찾아냈고, 이들이 스스로 연출한 장면이라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은 5일 오전 '성폭행 현장을 목격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UCC(이용자 제작 콘텐트) 사이트에 올렸다. 약 45초 길이의 동영상은 남자 2명이 여학생을 주먹으로 때리고 넘어뜨린 뒤 몸을 더듬는 장면이 담겨 있다.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자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다음날인 6일 IP 추적 등을 통해 A군 등을 찾아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각자 배역과 촬영 등을 나눠 맡고 각본에 따라 동영상을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치마를 입고 여학생으로 변장해 다른 남학생 2명과 연기를 했고 여학생 3명은 동영상을 편집해 인터넷에 올렸다.

A군 등은 이날 경찰에서 풀려난 뒤 '여학생 성폭행은 연출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두 번째 동영상을 올렸다. 학생들이 성추행 장면을 찍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과 함께 'UCC의 단점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출한 영상입니다'라는 자막이 담겨 있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현행 규정엔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며 "이 같은 허위 동영상의 유포를 막기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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