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귀에 정성가득|일상화되는 카드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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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카드가 생활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종래 일상생활에서 카드는 크리스마스나 생일 때 축하카드로 주고받았던 것이 고작. 그러나 근래 들어 이것이 감사함을 전하거나 축의금을 전달할 때 또는 친지에게 보내는 간략한 편지로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생활문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학계·사회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카드생활문화는 점차 학생·직장인·주부들로 확대돼가고 있는데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동완교수(이화여대·사회학)는『긴 사연을 늘어놓을 거리가 없을 때는 한 장의 편지지를 채우기도 힘든 경우가 많아 카드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면서 『간략하게 필요한 내용만을 적어도 돼 부담이 적을 뿐아니라 받는 이에게도 편지지 한장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무성의함(?)대신 오히려 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어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복선씨(54·서울서초동)는 친지에게 잠시 빌린 돈을 갚는다거나 자녀들에게 용돈을 줄때 반드시 카드와 함께 주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정말 고마웠습니다」란 짧은 글귀와 함께 빌린 돈을 돌려준다든지, 자녀들에게도 평소 당부하고 싶었던 말을 간단히 곁들여 성의가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생활문화가 자리 잡아가는데 한몫을 하고있는 것이 기금마련을 위해 각 단체들이 제작·판매하고있는 카드들. 유니세프가 86년 기금마련을 위해 카드판매에 나선 것이 시초. 이 유니세프카드는 종래 장애자단체들이 크리스마스등 연말연시용으로만 카드를 제작·판매해왔던 것을 연중판매로 바꾸면서 카드안에 상투적인 글귀가 담긴 것을 삭제, 용도의 변화를 시도했었다, 이어 이화여대대학원동창회·대한YWCA연합회·연세대 어린이생활 지도연구원등에서 잇따라 카드를 제작·판매했으며 최근에는 한국지역사회교육 서울협의회에서도 각 단위운영위원회의 활동기금마련을 위한 카드를 제작, 보급에 나섰다.
특히 한국지역사회교육 서울협의회가 내놓은 카드에는「부모와 자녀가 밝혀가는 지역사회」「줍기보다 버리지 않는 우리들」등 이 단체가 지향하고 있는 목적들을 담은「메시지성 카드」여서 이채롭다.
카드의 용도가 넓어지면서 개별적으로 제작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이근후교수(이화여대 의대·정신의학)는 자신의 사진작품을 카드로 만들어 매년 친지들에게 선물할 정도. 또 상투적인 문구의 청첩장 대신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의 사진을 인쇄한 카드도 젊은층 사이에서 차츰 시도되고 있어 카드생활문화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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