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고교생 장기기증 6명에 새 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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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꽃다운 나이에 급성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진 고교생이 장기를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4일 부산 백병원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 부산본부에 따르면 뇌사 판정을 받은 부산 모고교 1학년 李모(부산시 영도구 청학동)군이 장기를 기증해 5명이 새 삶을 얻게 됐다.

백병원은 까다로운 심장수술을 위해 15명의 의사가 8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확장성 심근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金모(57.여)씨에게 성공적으로 심장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李군의 몸에서 적출된 콩팥은 동아대병원에서 6년째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40대 주부와 백병원의 한 환자에게 옮겨졌으며 간은 서울로 긴급 공수돼 삼성서울병원에서 이식수술이 완료됐다. 안구는 각막이식수술을 위해 보관돼 또 다른 한명에게 광명을 줄 전망이다.

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이 병원 조광현(흉부외과)원장은 "여러 사람이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李군의 장기를 기증해 준 가족들의 더 큰 사랑에 감명받아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성공적으로 수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분을 밝히기를 거부한 李군의 아버지는 "건강하고 밝게 살아온 아들이 갑자기 이렇게 돼 믿어지지 않지만 아들의 장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준 사실을 알면 아들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병원 측은 "뇌사판정위원회의 세 차례에 걸친 정밀 심사 끝에 내린 李군의 뇌사판정 직후 가족들이 흔쾌히 장기 이식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부산=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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