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 분양 잘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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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0.29 부동산대책 이후 그동안 관심 밖이던 중소도시 아파트 분양이 잘 된다. 이 곳은 단기 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많지 않아 정부 대책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다. 청약률이 낮아도 계약률이 높은 편이다. 반면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광역시 등에선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업체들이 계약률이 낮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면서 공급물량이 많았던 대도시보다 '제3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소도시 메리트가 높아져 주택업체도 이들 지역 물량을 늘릴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중소도시 계약률 높아=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일 분양해 3순위에서 5.3대 1을 기록한 경북 구미시 봉곡동 현대아이파크(4백16가구)는 17~19일 정식 계약기간에만 84%가 계약됐다. 현대산업 관계자는 "현재도 꾸준히 계약이 이뤄고 있다. 계약자 분석 결과 지역 거주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진종합건설이 이달 초 경기도 이천시 송정동에 분양한 아파트(24~33평형 3백26가구)는 3순위까지 평균 2대 1로 마감됐지만 지난 14일 당첨자 계약을 받은 결과 계약률은 80%였다. 이후에도 계약이 꾸준해 현재 10여가구만 남아 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지역 청약통장이 많지 않아 경쟁률이 높지 않았지만 청약한 실수요자 대부분이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20일 청약한 포천시 극동미라주(2백80가구)도 3순위에서 3백1명이 청약해 1대 1을 겨우 넘었지만 계약률은 높을 것으로 업체 측은 기대하고 있다. 분양 대행업체 관계자는 "청약자의 94%가 포천 거주자였을 만큼 실수요자들의 호응이 좋아 초기 계약률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대도시 인기 시들=지방 대도시는 계약률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10.29 대책으로 가수요가 준 데다 지난 18일 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시와 경남 창원.양산시 전 지역 등이 투기 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 C아파트 2백98가구는 지난 17~18일 3순위까지 청약이 평균 1.95대 1로 마감됐지만 계약(24~26일)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에 한 번 치고 빠지려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들이 청약을 해놓고 계약은 꺼리고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며 "초기 계약률 30~40%가 목표지만 이만큼도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발표일인 18일부터 청약한 대구시 북구 동서변동 W아파트는 33평형은 3순위에서 1.2대 1로 마감됐지만 24, 38, 47평형은 미달됐다. 회사 담당자는 "투자 수요가 없기 때문에 계약이 절반만 돼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수요가 사라졌다는 것은 평형별 청약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7일 지역 1순위에서 모집 가구수의 두배가 신청한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LG수지 자이도 평형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36평형은 11대 1인 반면 48평형 1.3대 1, 58평형은 3순위에서 마감됐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판칠 때는 웃돈이 많이 붙는 대형평형이 인기를 끌지만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시장에서는 자금부담이 적은 중소형이 각광을 받는다"고 말했다.

안장원.서미숙 기자

<사진설명>
10.29 대책 이후 실수요층이 뒷받침된 중소도시 아파트 청약시장이 달아오른다. 사진은 이달 초 아파트 청약을 하기 위해 경북 구미시 봉곡동 현대아이파크 모델하우스를 찾은 실수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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