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ing' 시사회를 열었을 때, 특히 젊은 여성팬들은 "김래원이 울었다"며 화제로 올리는 이가 많았다. 최근 제1회 울산MBC 연예대상 에서 '옥탑방 고양이'로 드라마부문 최우수 연기자로 선정되기도 한 김래원(23)은 껄렁거리면서도 마냥 쾌활한 이미지로 굳어진 면이 있다. 그래서 그가 영화 속에서 여자 친구의 죽음에 목놓아 우는 장면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욕심 많은 배우였다. "이번 영화의 연기에 몇 점을 주겠냐"고 하자 "욕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며 불만스러워했다. "항상 그렇지만 촬영을 하고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한 만큼 잘 나오리라고 믿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면 왜 좀더 잘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개의 배우들은 TV드라마는 제작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제대로 연기를 펼칠 수 없지만 영화는 시간 여유가 많아 연기하기에 편하다고 말한다.
"특별히 어느 쪽이 더 쉬운 건 아닌 것 같아요. 둘 다 어려워요. 영화는 TV 드라마보다 편하다고 말들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ing'촬영 할 때도 주인공의 감정에 젖어들려고 노력하다보면 항상 시간에 쫓겼던 것 같아요."
그는 '…ing' 다음 영화로 '어린 신부'를 찍고 있다. 역시 여고생과 대학생의 사랑이야기다. 뛰어난 연기자를 꿈꾼다는 그가 연거푸 엇비슷한 역할을 맡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ing' 시사회에 갔던 날 밤 혼자 곰곰히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연기가 좋아 연예계에 뛰어들었는데 과연 처음의 뜻을 잃지 않고 가고 있는 것인가 등등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말씀하신대로 고정된 이미지의 연기만 반복하는 건 당연히 싫어요. 앞으로는 좀더 깊이 있는 영화,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입니다. 난 어떤 역을 맡아도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영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