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에 아·아프리카 "돌풍"|세계J대회에 나타난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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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월드컵과는 달리 「미니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이곳 포르투갈에서 개막된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는 참가 16개국이 18일까지 모두 2게임씩을 치렀는데 A조의 코리아, C조의 이집트, D조의 시리아 등이 전통적인 강호아르헨티나·소련·잉글랜드·우루과이 등을 제치고 각 조에서 2위를 마크,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반면 유럽과 함께 세계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남미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이미 예선에서 탈락했고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도 예선통과를 놓고 난적 스웨덴과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리스본의 스포츠전문지인 가제트와 볼라는 포르투갈 팀의 활약상과 함께 아시아·아프리카 팀들의 선전을 연일 대서 특필하고 있으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코리아 팀이 15일 경기에서 우승후보로 지목되었던 아르헨티나를 꺾자 「이번 대회 들어 처음 발생한 이변」이라고 보도했으며 이집트가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6-0으로 대파한 사실과 시리아가 강호 잉글랜드와 3-3으로 비긴 것 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남북한이 단일 팀을 구성함에 따라 어부지리로 본선에 참여한 시리아가 18일 D조 경기에서 잉글랜드에 3-0으로 뒤지다 연속 골을 성공시켜 극적으로 무승부를 이룬 것에 대해 이곳 매스컴에서는 이제까지 이번 대회 최대의 명승부로 꼽았다.
이번 대회를 참관하고 있는 국제축구 전문가들은 제3세대의 돌풍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현재 유럽과 남미로 양분되어 있는 국제축구흐름이 멀지 않은 장래에 평준화를 이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호주가 소련을 꺾고 C조 선두(2승)에 나선 것과 중미의 멕시코가 B조에서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2-2)를 펼친 것을 들고 현재 가장 낙후되어 있는 북미지역도 94년 미국월드컵을 계기로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6년 런던 월드컵의 히어로인 에우세비오(49·포르투갈)는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아프리카가 돌풍을 일으킨 것은 전혀 이변이 아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카메룬과 이집트·한국 등이 선전한 것이 좋은 예』라면서 『아시아축구가 머지 않아 남미축구를 앞질러 유럽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에우세비오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 축구 수준 향상을 위해 꾸준하게 투자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우수한 지도자를 초청, 기량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
이번 대회에서 제3세계의 초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지만 국제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은 틀림없다. 【리스본=임병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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