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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압력에 문화 공연 취소시켜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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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NTD TV 한국지사는 지난해 10월 26일 대관료를 완불하고 준비했다. 그러나 공연을 불과 2주 앞둔 지난해 12월 21일 국립극장 대관 담당자로부터 "위약금을 물어도 좋으니 대관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일방적인 통고를 받았다. 외국인 초청 공연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국립극장 내규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대만 예술단 초청을 포함한 공연계획서를 제출하고 계약할 당시에는 그 조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전후 사정을 보면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외교적인 압력을 행사해 공연을 취소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공연에 임박해 주한 중국대사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면담했다. 다수의 한국인 공연자는 출연을 하지 말라는 문화관광부의 전화를 받았다. 축사를 맡았던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부 계통의 압력을 시사하면서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곤 급기야 국립극장이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NTD TV는 본사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검열을 받지 않고 전 세계 중국인이나 중국 본토에서도 시청이 가능한 유일한 중국어 방송이다. 인권 등 중국의 예민한 문제들을 기획 보도해 중국 정부와는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영향력 있는 지상파 방송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그들의 활동을 막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미 그들의 한국 내 활동은 상당히 제약을 받고 있다. 매사에 자주를 부르짖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순수한 문화공연까지 취소시키는 반자주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NTD TV는 이른 시일 내에 국립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진정한 '자주' 정신을 살려 문제 해결에 노력해 주기 바란다.

김광명 한양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