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해외서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 영화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 7599만달러였던 한국 영화 해외수출 규모는 지난해 2451만달러로 무려 68%나 줄었다. 전년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18일 이 같은 내용의 '200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수출편수는 208편. 2005년 202편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수출 단가였다.

편당 수출가격이 2005년 37만6000 달러에서 지난해 11만 7000달러로 주저앉았다. 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수출액이 줄어들었다. 특히 일본 수출이 82.2%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영진위는 "한류스타들의 티켓파워에 대한 기대감과 이에 따른 고가 수출, 양국 거래관행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 개봉 규모와 방식의 합리성 등이 그동안 공공연히 거론되어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한국 영화 점유율은 높아졌다. 서울 지역 기준으로 60.3%에 달했다. 영진위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한국영화 제작편수도 크게 늘었다. 2006년 한 해 만들어진 한국영화는 모두 110편. 전년보다 26.4%나 늘었다. 이 중 108편이 개봉했다. 이들 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40.2억원. 이 중 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를 제외한 상업영화(83편)의 평균제작비는 51.1억원으로 집계됐다. 2005년의 48.8억원보다 4.7%(2.3억원) 증가했다.

역시나 문제는 실속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영진위의 계산에 따르면, 편당 40억원의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전국에서 대략 130만명의 관객이 들어야 한다. 2006년 개봉작 108편 중 이처럼 130만명이 넘는 관객이 본 영화는 22편에 불과하다. 개봉작 중 20%도 채 못 되는 영화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결론이다. 더구나 83편의 상업영화를 기준으로 51억원의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전국에서 대략 160만명의 관객이 극장에 들어야 한다.

이 같은 제작편수 증가는 과당경쟁을 촉발해 마케팅비 상승을 낳았다. 지난해 한국영화 편당 제작비 가운데 순제작비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1.5억원)한 반면 마케팅비는 1.8억원이 늘어났다. 특히 10억원 이상의 상업영화만 놓고 보면 마케팅비는 전년보다 편당 2.9억원(18,7%)을 더 써야했다. 한마디로,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악화된 것이 2006년 충무로 풍경이라는 얘기다.

최근 신경전을 벌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한국 영화 배급사 1위'논란은 깔끔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CJ엔터테인먼트가 관객 점유율 23.3%를 기록해 20.1%의 쇼박스에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전국 관객 수는 우열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비슷했다는 것이 영진위의 시각이다.

한국영화의 배급 및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영진위의 자료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시네마서비스 등 배급 3사의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 합계는 82%나 됐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인 3개사 합계 75%를 훌쩍 넘긴 수치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