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력 빠듯해 긴장돼요"-한전중앙급전소 이대학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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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없는 돈에 째지는 살림을 하는 주부와 같은 심정입니다.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한전 중앙급전소 이대학 과장(41)은 빠듯해진 전력수급 사정으로 답답해진 마음을 이렇게 말한다.
24시간 불을 켜고 있는 중앙급전소에서 그가 맡고 있는 일은 이른바「핵심포스트」라 불리는 조타수역.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순간의 전력수급상황 변화에 따라 가장 경제적인 공급방안을 짜내고 전국 2백40여개 발전기의 가동 또는 중단, 출력조절을 명령하는 일이다.
책상 앞에 놓인 컴퓨터 단말기 두 대, 단추 하나로 발전소현장과 직통 연결되는 통신시스팀이 그가 7년여 손때를 묻혀 온 장비들.
『요즘은 여유라곤 없습니다. 뭐가 고장나도 대신해 돌릴게 많아야 넉넉할텐데 현재공급여력이라고는 불과 수십만㎾정도니 1백만kw짜리 원전하나가 고장나도 큰일날 판이지요.』
때문에 일단 급전실에 섰다하면 다음 근무조와 교대하기까지 8시간동안은 거의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전력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 근무는 밤샘근무보다 훨씬 지치게 한다.
점심조차 구내식당에서 20분 안에 뚝딱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과장이 요즘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불시사고로 전력공급이 약해질 때 울리는 경보소리.
지난 22일 고장난 고리원전 1호기 사고는 전력 수요가 떨어지는 밤에 일어났길래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아직도 고개를 절레절레한다.『내년 여름까지 절전하고 참는 수밖에는 없지요. 건설중인 발전소들이 하나 둘 가동되면 그때는 전력사정도 나아질 겁니다.
5명 1개조로 4개조가 교대하는 급전소 근무는 8시간씩 3일간 일하고 하루 쉬며 따로 휴일이 없다.
고졸로 지난 70년 입사,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대학졸업 후 급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 과장의 월급은 특수작업수당을 포함, 다른 과장대리급보다 조금 높은 95만원선. 【글 박신옥 기자·사진 김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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