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록 '대외비' 제도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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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록관리에서 비밀 남발의 온상이었던 '대외비' 제도가 사라진다고 한겨레 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또 어떤 비밀이든 3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비밀 지정이 풀리게 된다.

정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최초의 비밀관리 기본법이 될 이번 법률안은, 그동안 지적돼 온 비밀 관리의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비밀 관리에 관한 국가정보원의 권한이 강화되고 비밀 누설 등의 처벌이 지나치게 많아진 것은 논란거리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외비 폐지다. 대외비는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 훈령인 보안업무 시행 규칙에 근거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비밀의 절반 이상을 대외비가 차지했고, 이 때문에 대외비 제도가 정보 공개를 피할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법률안은 대신 국익 차원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통상.과학.기술 등 분야의 주요 내용을 비밀로 지정할 수 있도록 비밀 대상 범위를 늘렸다.

또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초 지정일로부터 30년이 지난 비밀은 자동 해제되도록 했다. 특히 비밀기록이 해제.공개되기도 전에 폐기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비밀이 해제되는 시점 이후까지 기록을 보존하도록 보존기간을 충분히 두게 했다.

이번 법률안에서 문제되는 대목은 국정원이 비밀 관리.보호와 관련한 평가는 물론 비밀 누설 등에 대한 경위 조사와 고발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비밀 보호와 관련한 평가를 위해서는 정부 부처에 대한 보안감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는 1994년 폐지한 옛 안기부의 보안감사권을 사실상 부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비밀 누설 등의 처벌 조항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진한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밀을 과도하게 지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 수단은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비밀의 수집.누설과 관련한 처벌 조항만 무려 14개를 두고 있다"며 "국정원의 권한 강화 및 처벌 조항 오.남용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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