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쪄도 키로 안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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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다리 내아이를 원하면서 "잘 먹으면 크는 거 아냐"라고 막연히 기대했다간 후회막급일 수 있다. 또래에 비해 아이가 성장이 더디다면 수수방관해선 안된다. 우선 의사를 만나는 것이 순서다. 아동·청소년기의 성장치료는 각자 특성에 맞는 처방이 핵심이다. 침대가 과학이라면 키는 의학이다.

'꼬맹이' 콤플렉스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단순히 외모문제를 떠나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반드시 성장치료가 필요하다. 제대로만 하면 성장치료 효과는 상당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유전 또는 후천적인 성장장애증후군(알레르기성 피부염·비염·소화장애·장무기력증 등)으로 말미암아 성장이 또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둔화되는 경우가 성장장애다. 이런 장애요인을 제거,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성장치료다.
우리 몸엔 성장호르몬이 있다. 대뇌 밑에 있는 콩알만한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된다. 주 성분은 단백질로 몸안에서 뼈·연골의 성장 뿐 아니라 지방분해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한다. 이 호르몬 25세 이상 성인이 되면 근력증가와 지방분해를 촉진하고, 뼈의 골밀도를 높여 골절의 위험을 줄여준다. 특히 아동·청소년기 성장기엔 뼈의 길이를 늘리고 근육의 성장을 촉진하는 일등공신이다.

◆ 성장장애 현상은 바로 이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염종훈 염한의원 원장은 "육식위주의 식단과 TV·비디오·컴퓨터게임 등 영상매체로부터 길들여진 스트레스, 격하고 빠른 운동 등이 모두 성장장애를 유발하는 유해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장애를 제거하는 치료를 위한 성장클리닉은 우선 성장판 검사에서 시작된다. 성장판이 닫혀 있다면 사실상 치료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라면 초등학교 2~5학년 사이, 여자는 초등 1~3학년 사이 비만여부와 관계없이 성장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는 것이 염 원장의 조언이다.
요즘 아이의 키는 유전보다는 후천적 환경에 의해 얼마든지 더 자라고, 덜 자랄 수 있다. 현대병인 비만은 키성장에도 장애물이다. 영양과잉에 패스트푸드로 지방이 과다 축적되다보니 사춘기가 빨라져 일찌감치 성장을 멈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장판 검사가 마무리되면 한의학에선 약물과 운동·식이·추나요법을 통해 성장치료에 나선다. 물론 성장의 장애요인을 확인하고 난 뒤 제각각 다른 처방이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을 쓰기도 하지만 성장판 자극이 필요한 하체운동을 집중적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음식이 문제였다면 식단을 교정하는 식이요법도 중요한 성장치료의 방법이다. 염 원장은 "사람의 치아구조를 보면 앞니와 어금니는 야채를 먹기 위해, 송곳니는 육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성장에 보탬이 되는 식단으론 '채식:육식=8대1'의 비율을 권장했다. 또 추나요법은 나쁜 자세에서 오는 척추측만증 등 이상과 어깨·허리의 통증을 교정, 키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
염 원장은 "성장을 더디게 하는 주변 환경·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처방시기를 놓치지 말고 아이 개개인에게 걸맞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염종훈 자문의(보충예정)
현 염한의원 원장
02-420-1231 www.ijara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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