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시나리오/월스트리트저널=본사특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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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쿠웨이트내 이라크군의 궤멸 2,후세인 사망이나 쿠데타 발생 3,이라크의 자진철수후에 협상 4,아랍권개입으로 미국이 후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완강하고 능란하게 미국등 다국적군의 월등한 군사력에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지상전에서 다국적군이 완패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벌써 20일째 접어든 걸프전쟁이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될지 미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네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린 것을 옮긴다.<편집자주>
걸프전이 점차 장기화 조짐을 띠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분석가들은 조심스럽게 종전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 정부관리들은 후세인이 항복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군이 쿠웨이트 회복에 이어 이라크 본토에까지 진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양극단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양자사이에는 상당히 광범위한 「선택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내 전략분석가들이 전망하는 종전시나리오는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1,쿠웨이트주둔 이라크군의 궤멸
다국적군의 폭격에 의해 보급선과 통신망이 두절된 쿠웨이트내의 이라크군 50만명이 다국적군의 지상전에 휘말려 방위력을 상실한다.
이때 이라크군의 전면철수나 대규모 포로사태가 예상된다.
미국은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군이후에도 대이라크 경제봉쇄정책을 강화,이라크 지도부를 재판에 회부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권력기반이 위태로워진 후세인이 내부로부터 제거될 가능성도 크다.
후세인이 「전쟁에는 지고 정치적으로는 살아남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2,이라크 내부로부터의 붕괴
미국이 꿈속에서도 바라마지 않는 시나리오.
이라크의 황폐화에 절망한 이라크군부내 일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후세인을 축출하는 경우다.
또 후세인이 다국적군의 폭격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후세인의 화학스커드미사일 공격에 격분한 이스라엘이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후세인 암살작전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
○3,이라크의 자진철수
최근 미소 양국이 공동코뮈니케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 골자다.
즉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확실하게」철수하면 전쟁종결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후세인은 서방국가의 총공세를 단신으로 견뎌왔다는 점을 내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계속 확보할 수 있다.
○4,미국의 후퇴
미국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다국적군 내부에 분열이 노골화되고 후세인 동정론이 강세를 띤다.
이라크가 화학무기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공격에 나선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 중립을 지켜왔던 시리아가 전쟁에 개입,회교도대 기독교간의 전쟁으로 비화된다.
이란에 억류돼있는 이라크전투기도 즉시 실전에 투입된다.
상황은 점점 미궁에 빠져 부시 미 대통령은 휴전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미 전략분석가들의 판단이다.
충분한 개연성이 있음에도 불구,이런 사태는 아직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능력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도 거듭 중립고수를 선언했고 이스라엘의 전쟁불개입 입장도 아직은 확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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