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우는 시민의식 증발/내집앞도 안쓸어 빙판길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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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동회에 제설요구 독촉전화도/아파트선 경비원만 곤욕/공공기관 주변도 녹을때까지 방치
내집앞 눈을 내가 치운다는 최소한의 시민의식이 언제부턴가 주택가에서 사라져가고 눈이 올때마다 제설용 염화칼슘이나 모래를 서로 차지하려 다투는 각박한 세태가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모범을 보여야할 관공서등 대부분의 공공기관 마저 주변 제설작업을 외면,이같은 세태에 앞장서고 있어 결국 제설인력·예산만 턱없이 낭비되고 있다.
◇주택가=비탈이 많은 서울 S동의 경우 눈이 온 지난달 3,7,25일과 4일 아침 동사무소측이 보유한 염화칼슘 47부대와 모래를 경사가 심한 주택가·지선도로에 뿌렸으나 『X번지에도 뿌려달라』는 독촉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지난달 7일 오전엔 스카이웨이 진입로등 비상함 세곳에 넣어둔 염화칼슘 10여부대중 7부대를 도난당해 구청에서 30부대를 더 가져왔으나 다음날 아침 동사무소앞에 둔 10부대마저 모두 없어지기도 했다.
동사무장 김모씨는 『4일 아침 앰프차량으로 「굳기전에 집앞 제설을 해달라」고 동네를 돌며 당부했으나 호응이 거의 없었다』며 『20여직원이 며칠씩 작업해도 시간을 놓쳐 절반은 빙판으로 굳게 된다』고 말했다.
◇관공서·아파트=자체관리제로 시의 염화칼슘 지원이 없는데다 「내집앞」 구분이 없는 아파트의 경우 더 심해 상당수 단지가 눈·빙판이 녹아없어질 때까지 방치해두고 있다.
서초동 S아파트 경비원 이모씨(44)는 『동당 1명씩의 경비원이 넓은 단지의 제설을 떠맡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운전자·주민들이 미끄럼사고가 나면 경비원만 책망할 뿐 돕는 사람은 없어 눈오는 날이 가장 고달프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초경찰서 민원실 출입로,주민들이 약수를 뜨러다니는 주변인도,길건너 검찰청 서문일대는 빙판과 눈으로 덮여 통행인들이 굼벵이걸음을 걷는등 큰 불편을 겪어야했다.
부근 중앙도서관을 찾은 윤영희씨(30·여)는 『서초 지하철역에서 서초경찰서를 거쳐 도서관까지 8백m 인도가 온통 눈길이었다』며 『전경들만 잠깐 동원해도 될텐데…』라고 관공서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예산낭비=염화칼슘의 경우 4일까지 서울시가 뿌린 양은 모두 10만4천7백40부대 4억7천5백만원어치로 적설량(18.3㎝)㎝당 2천6백만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는 41.4㎝의 적설량에 13만부대를 뿌린 지난 겨울의 ㎝당 1천4백25만원의 약 2배,23.3㎝가 내려 4만3천부대를 사용한 82년(㎝당 8백37만원)보다 무려 3배 이상되는 것.
모래도 4일까지 3천7백53입방m를 뿌려 3천여만원을 쏟아부었다.
한편 서울시는 이들 모래가 하수도를 메우고 하수처리장의 기계고장과 부식을 일으키는 부작용까지 일으키게 되자 2월말까지 월동기 취로사업으로 8천4백입방m의 하수도 준설작업을 벌이는 한편 구청별로 가로 청소원들에게 모래를 노변하수구에 쓸어 넣지 말도록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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