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벽 못 넘은 '게임계 미셸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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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게임 여제(女帝)’ 서지수(左)와 ‘스트레이트 저그’로 불리는 변은종이 1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수퍼파이트 대회 성(性) 대결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양영석 인턴기자


'프로 골프에 미셸 위가 있다면 게임에는 서지수가 있다'.

스타크래프트 남성 게이머의 아성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여성 게이머가 있다. '여제' 서지수(21.STX)다. 그는 1일 저녁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인텔코어2듀오 탑재 매직 스테이션 제3회 수퍼파이트(이하 수퍼파이트)'에서 변은종(23.삼성전자)을 맞아 한판 승부를 펼쳤다. 3전2선승제 경기에서 서지수는 예상대로 뚜렷한 실력차를 보이며 0-2로 졌다. 그는 "두 달 전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맹훈련을 해왔는데 솜씨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경기도 구리여고 1학년이던 2001년 WCG(월드사이버게임즈) 여자부 예선에 나서면서 게이머의 첫발을 디딘 서지수는 여성 리그가 운영된 지난해까지 여성 게이머 국내 최강자로 군림했다.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제4차 겜티비 4회 여성부 스타리그'와 '레이디스 MSL'에서 우승해 '여성 리그의 황제'라는 별명도 얻었다. 탤런트 서지승의 친언니인 서지수는 미모도 빼어나 많은 팬을 몰고 다녔다.

그러나 여성 리그가 없어지자 여성 프로게이머의 수가 줄었다. 현재 여성 게이머는 서지수를 포함해 세 명에 불과하다. 서지수는 남성의 벽을 뛰어넘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남성 게이머들은 체력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강자들과 밤새워 게임을 하면서 실력을 가다듬는다. 게다가 서지수의 성격이 내성적이라 동료들과 활발하게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었다. 결국 대부분 예선의 문턱에서 좌절하거나 어렵사리 올라간 본선 무대에선 패배의 쓴잔을 맛보기 일쑤였다. 서지수는 아직 공식 프로리그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이번 수퍼파이트 대회는 국내 게임 사상 최초의 지명 매치 성(性) 대결 방식을 도입했다. 주최사인 CJ미디어는 서지수에게 맞붙고 싶은 게이머 5명에 대한 지명권을 줬다. 만약 5명 모두 거절하면 경기를 하지 않고 우승상금 1000만원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명한 네 명이 대결을 거절한 뒤 마지막으로 지명한 변은종이 도전을 수락해 흥미로운 이벤트가 만들어졌다. 변은종은 권투선수 출신으로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펼친다고 해서 '스트레이트 저그'라는 별명이 붙었다. 261전 144승 117패로 55.1%의 승률을 자랑하며 한국 e-스포츠협회 개인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심재우 기자

*** 바로잡습니다

12월 2일자 29면 '남성의 벽 못 넘은 게임계 미셸 위' 기사에서 프로게이머 서지수는 탤런트 서지승과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 세 살 위 친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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