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주4일제 해본 그들 “놀금 위해 9일 갈아 넣는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4.09

The Company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본격적인 ‘연휴 시대’가 열린다.”

2003년 8월 30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다. ‘놀토(노는 토요일)’ 시대의 개막에 직원들은 환영했지만, 기업들은 비상이었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성도 떨어질 것이란 걱정 때문이었다. 기업에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생산성 10% 높이기 운동’을 펼쳤다. 월차 휴가가 연차 유급 휴가제로 흡수됐고, 정부는 법정 공휴일도 줄였다.

2001년 12월 18일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주5일제 반대 집회. 안성식 기자

2001년 12월 18일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주5일제 반대 집회. 안성식 기자

그로부터 20년 후, 이번엔 주4일제가 꿈틀댄다. 금요일도 쉬는 ‘놀금’을 하자는 것. 삼성전자·SK·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먼저 시작했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 정당들이 ‘주4일제, 4.5일제’를 공약으로 들고나오면서 직장인들 관심도 뜨거워졌다.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독일·벨기에·프랑스 등에서 이미 주4일제를 시작했고, 미국에선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주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제한) 도입 7년째인 한국, 이제 주4일제의 강도 건널 수 있을까.

목차

1. 휴일의 탄생
2. 기업은 누구를 위해 주4일제를 하나
3. 한국형 주4일제? 삼성⋅포스코⋅SK를 보니
4. 월급 깎여도 하시겠습니까?
5. 임금 안 깎는 유럽의 주4일제, 왜

1. 휴일의 탄생

1886년 미국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선 방직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림 미들테네시주립대

1886년 미국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선 방직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림 미들테네시주립대

일주일 중 하루(대체로 일곱째 날)는 모두 다 같이 쉬는 ‘근로자 루틴’은 종교에서 출발했다.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등 유일신을 믿는 문화권 공통의 관습이다. 관습을 제도로 바꾼 건 산업혁명. 방직공장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급증하자 노동시간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886년 미국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서 방직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한 사건을 시작으로 근로시간은 점점 줄어갔다.

헨리 포드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 제조에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사진 포드

헨리 포드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 제조에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사진 포드

주5일제를 처음 도입한 건 1926년,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노동자 사기가 올라가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신념에 토·일 이틀간은 공장의 기계를 멈춰 세웠다. 이후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 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제정한 ‘공정노동기준법’(FLSA, 1938년)으로 ‘5일만 일하는 시대’의 토대가 마련됐다. 초과근무의 기준이 ‘주 40시간’으로 정해진 것이다.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확실히 경험한 경제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필연으로 봤다. ‘거시 경제학의 아버지’ 존 케인스는 1930년 저서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에서 100년 후인 2030년을 이렇게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