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기 게임은 끝났다, 테슬라? 100년 전 포드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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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구루의 인터뷰를 몰아보세요-글로벌 머니편

M7(Magnificent 7)은 애플∙알파벳∙MS∙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를 일컫는다. 그런데 최근 6개월 사이 테슬라 주가 상승률이 M7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다. 이런 테슬라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해 혁신경제학자인 빌 제인웨이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제인웨이는 벤처투자자로 데이터회사인 베리타스테크놀로지스와 방산회사인 BAE시스템스의 설립과 투자를 주도했다. 동시에 이론가로 나서 신기술과 금융시장, 국가 사이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혁신 경제학자 빌 제인웨이는 순수 시장경제 모델보다 민간-정부 파트너십이 기술혁신의 바탕이라고 강조한다.

혁신 경제학자 빌 제인웨이는 순수 시장경제 모델보다 민간-정부 파트너십이 기술혁신의 바탕이라고 강조한다.

최근에 테슬라 등 전기차 주가가 많이 내려갔다. 거품이 파열하는 모습이다.
대표 종목인 테슬라 주가가 버블 경지에 있기는 했다. 시가총액이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시가총액의 합과 거의 비슷했던 시기에 말이다. 주가 측면에서 본다면, 테슬라 등 전기차 주가 상승이 일단 정지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기술 혁신 또는 트랜스포메이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많은 돈이 전기차 관련 스팩(SPAC, 기업 인수목적회사)에 몰린 듯하다. 그때가 전기차 1차 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 월가가 스팩을 백지수표 회사(blank check company)라고 하는데, 거품이 완전히 파열했다. 끝났다. 한때 스팩들이 전기차 등을 인수해 뉴욕 증시에 뒷문으로 상장시켰다. 이렇게 상장된 회사들 가운데 전기차 종목의 주가 하락이 가장 크다. 그런데 스팩 붐은 진정한 기술투자라고 할 수 없다.
스팩 붐과 버스트

스팩 붐과 버스트

스팩 설립자의 자금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전기차 창업자에게 돌아가 기술혁신에 쓰이지 않을까.
스팩에 몰린 자본은 벤처캐피털이 아니다. 아주 기회주의적이다. 이런 자본이 몰렸다는 사실 자체가 전기차가 버블이었다는 증거다. 무엇보다 스팩 설립에 참여한 발기인(프로모터)은 전기차를 인수해 상장시킨 직후에 엄청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자금은 생산적인 곳에 거의 흘러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스팩 붐을 사기게임(con game)이라고 본다. 미국에서 붐을 이룬 사기게임은 이제 끝났다.
전기차 주가가 내려가 애먹고 있는 투자자를 위해 기술혁신이 어떤 패턴(사이클)을 보이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보편적인 패턴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내연기관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보면 전기차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내연 기관 자동차는 1880~90년대 독일에서 시작됐다. 초기 내연기관 자동차는 아주 비쌌다. 부자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다. 포드 시스템 덕분에 자동차 가격이 눈에 띄게 내려갔다. 그렇다고 자동차가 대중화한 것은 아니다. 대중은 정유회사들이 주유소 네트워크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기간이 무려 30여 년이었다. 미국에서 주유소 시스템이 갖춰진 뒤에야 자동차가 미국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포드가 테슬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GM은 어디일까.
포드와 GM 스토리는 오늘날에도 적절한 역사적 교훈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모델 T를 생산한 포드와 비슷하다. 테슬라 전기차는 (이전보다 싸졌지만) 여전히 비싸다. 그 바람에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해 싼값에 세계 곳곳에 팔기 시작했다. 포드의 위상이 1910년대 급부상한 뒤 GM이 등장한 20년대 중반에 떨어졌듯이, 테슬라도 그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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