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지도 않은 쌀포대만 4개…주유소 CEO ‘냉골방 죽음’

  • 카드 발행 일시2024.02.13

일주일 전에 배달된 쌀포대가 그대로 문 앞에 있었다.
같은 빌라에 사는 할머니는 ‘쌔한’ 느낌이 들었다.
동네를 왔다 갔다 하다 몇 번 벨을 눌러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반지하에 사는 분,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동사무소에서 나왔다는 누군가가 전화번호를 주며 부탁했던 말이 생각났다.

‘필시 무슨 일이 생긴 게지.’
할머니는 가슴에서 지진이라도 난 듯 심장이 두근거렸다.

반지하엔 쪽창문이 달려 있었다.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열었다.
방 한쪽이 슬쩍 보였다.

이웃은 방안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다리가 보였다.
시퍼렇다.

할머니는 동시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죽었구나.”
심장이 멎는 듯 순간 ‘멍’ 하더니 곧 온몸이 덜덜 떨렸다.
내가 죽겠구나 싶었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꺼내는 것도 한참 걸렸다.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여보세요. 여기 ○○동 빌라 반지하에 사는 사람 죽었수. 얼른 와봐요.”
머릿속이 울릴 만큼 커다란 소리로 쿵쾅쿵쾅.
심장이 두방망이질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찬 바닥에 앉아 있었다.
추위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현장을 의뢰했다.
나를 아는 분이었다.

“대표님, 안녕하셨어요. 지난번 강연 때 뵀어요.”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도와주실 분이 대표님뿐이라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드렸어요. 이웃 한 분이 고독사하셨어요. 청소를 위해 알아 보니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서요. 민원은 심한데 가족도 없고. 고독사 현장 청소 지원을 위한 예산도 없고….”
“제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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