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십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잔 부딪히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불콰한 얼굴들에서 웃음기가 떠날 줄 몰랐다. 좌장인 듯 상석을 차지한 중년 남성은 이미 만취 상태였다.
무리에게 자신을 소개한 그는 후래(後來)의 대가로 몇 잔을 잇따라 털어 넣은 뒤 방안을 둘러봤다.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실력자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는 그중 한 명에게 눈을 맞춘 뒤 다가가 잔을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총장님! 부이사장님을 모시고 있는 김성환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총장이라고 불린 이는 환하게 웃으며 눈과 잔을 맞췄다. 그 순간 김성환의 얼굴과 목소리가 머릿속에 각인됐다.
#2. “형님, 도승희에 대해 조사가 시작될 것 같은데 형님은 걱정되는 부분이 없소?”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수사가 한창이던 2001년 11월 7일.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 이수동에게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이수동의 금품수수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건 그로부터 석 달 뒤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전화를 걸어온 이는 이미 이수동의 연루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의 다음 말은 더욱 놀라웠다.
옆에 총장님도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