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 전체가 의자였구나” 샤워실 목욕의자의 재발견

  • 카드 발행 일시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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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친구에게서 슬픈 소식을 들었다. 벼르고 별러 떠났던 해외여행 중 일어난 사고였다. 아내가 호텔 샤워장에서 미끄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를 크게 다쳐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난 비운을 마주한 것이다. 은퇴생활의 꿈은 이렇게 인생 종반 지점에서 먹구름이 끼었단다. 비행기로 시신을 운구하고 국내에서 화장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은 고초는 생이빨이 두 개나 빠질 정도로 쓰라렸다.

친구는 오래전부터 동료들 간의 모임에서 집안 목욕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했다. 아파트건, 단독주택이건 샤워장에 미끄럼 방지 시설을 서둘러야 하고 발을 닦으려 엎드릴 때 일어나는 현기증 때문에 쓰러질 수 있으니 화장실 안 벽에 손잡이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중요성을 이야기하던 당사자가 평소 걱정했던 미끄럼 사고로 아내를 잃자 그는 망연자실한 나머지 몇 년 동안 은둔생활에 묻혔다.

나는 샤워할 때마다 쏴~하고 쏟아지는 물소리와 온몸을 가볍게 두들겨 주는 물줄기의 리듬을 즐겨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 행복감에 젖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친구의 불행이 자주 떠올라서만은 아니었다. 샤워기 아래 서 있을 때 내 자세가 불안정해 한 손을 벽에 기대야 하고, 종아리와 발 등을 닦을 때는 상반신 숙이는 게 여의치 않아 작은 나무 받침대를 깔고 앉아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샤워 중 한쪽 다리에서 쥐가 일어난 것을 경험한 이후 목욕시간은 갈수록 짧아졌다.

지난해 일본 관련 뉴스를 보다가 도쿄 23개 구에서 1년 동안 발생한 목욕 중 사망 사고 1500여 건의 태반이 고령자와 관련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뉴스는 미끄럼 사고뿐 아니라 입욕 중 여러 가지 형태의 돌연사가 잇달아 발생하니 독거노인이 목욕할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엄중한 경고를 덧붙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건이 이웃 나라에서도 크게 염려할 만큼 자주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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