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에 패물 넣어 꿰찬다…요양병원 그 주머니의 비밀

  • 카드 발행 일시2022.11.25

버림받는다는 것은 인간이 견디기 힘든 가장 큰 슬픈 일이다. 2~3세 어린이들이 잠깐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자지러지게 울부짖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이들이 부모 품을 파고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분리불안증 때문이란다. 어른이 됐다고 해서 보호받고 싶은 감정이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강한 독립정신으로 세월을 견뎌내지만, 노년에 접어들면 다시 어린이처럼 분리 불안증을 나타낸다. 버림받지 않으려는 본능은 여러 가지 간절한 몸짓으로 표현된다.

어느 날 내 책을 읽은 한 독자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어머니의 비밀 주머니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폐암 말기 환자인 60대 후반 노모가 아파트에 보관 중인 갖가지 패물들을 요양병원으로 가져와 달라고 신신당부한다는 것이다. 도난 문제 등이 염려스럽고 병원 측도 난감해할 것이라는 사정을 설명했지만, 노모는 막무가내였다. 그 엄마가 예전에 몸에 지녔던 반지나 팔찌·목걸이 등을 따로 주머니에 담아 요양병원 엄마 베개 밑에 놓아 주어야 노여움이 풀릴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19 방역이 강화되면서 환자와의 대면 접촉이 제한되자 엄마는 잠시 영상통화에 매달렸다. 한 달여가 지나면서 자신이 외톨이가 됐다고 매일 똑같은 푸념을 되풀이해 가족도 마음고생이 심했단다. 이참에 엄마가 애원하는 비밀 주머니를 넣어주면 환자와 가족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인데, 나는 이게 과연 옳은 거냐고 물었다. 그땐 얼마나 절박했으면 저런 문제를 제삼자와 논의하고 싶었을지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과거에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의 비밀 주머니 사건을 많이 접했다. 아내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한 여성 환자가 점점 멀어져 가는 세 딸의 효도를 경쟁적으로 붙들어 매기 위한 듯 매트리스 밑에서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꺼내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