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모트야? 난 싫다”…울림 컸던 최종현 회장 죽음

  • 카드 발행 일시2022.12.23

나는 지난해 초까지 웰다잉 강사로 활동할 때 강의가 끝날 무렵 수강자들로부터 질문받는 시간이 늘 기다려졌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들여다보는 게 흥미롭다. 질문 중에는 유명 인사들의 사생관(死生觀)이 자주 화제에 오른다. “왜 어떤 분은 저렇게 단단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요” “나도 훗날 저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은 평소의 삶과 달리 너무 슬픈 운명을 맞이했는데 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의문이 이어지기도 한다.

사생관은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다. 죽는 것보다 사는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생사관이라고도 한다. 사생관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사람들은 시간의 수레바퀴를 따라가도 역시 죽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다 보니 그 단어를 입에 붙이게 되더라고 말한다.

한 번은 강원도 춘천시와 속초시에서 했던 모임에 은퇴한 지방 공무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중에서 특히 사회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전직 교사들이 웰다잉 공부를 통해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고령자들을 지원하고 싶어 했다. 노후의 고립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신변을 비관하다 목숨을 끊는 고령의 자살자가 계속 늘어나는 데다 무의미한 연명 의료가 일상사가 돼버린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그들이 주민들의 노후생활을 안내하는 상담역을 자청하며 만남의 기회를 늘려가고 인간의 죽고 사는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탁월한 이야기꾼의 재능을 발휘한다면 독거노인들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수강자는 유명인사의 사생관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자기 생각으로 소화해 재담을 펼칠 때 고령자들의 눈빛이 달라진다는 경험을 들려줬다. 아직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 등 같은 시대를 살다 떠난 성직자들의 삶과 죽음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