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고지 다탄두 포화/김 총재 부통령제 왜 꺼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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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여 흔들며 지역당 한계 벗을 포석
민자당의 내각제개헌 각서파동이 내각제 포기로 거의 마무리된 시기에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부통령제 신설개헌 문제를 제기,본격적인 대권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 총재는 12일 평민당 창당 3주년 기념사에서 『정부ㆍ여당이 이제 내각제를 포기했다 하니,대통령중심직선제에 의한 92년 가을의 선거가 이뤄지게 됐다』면서 ▲부통령제 신설 ▲상위 두 후보의 결선투표제를 14대 총선 공약으로 제시,다음 대선 전에 개헌을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 총재의 부통령제 신설개헌 제의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총재가 자칫하면 개헌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민감한 시점에 이 문제를 끄집어낸 데 대해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제안은 그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대권에의 의지를 확실히하면서 이의 현실화를 위한 복안을 재천명한 것이라는 시각에는 모두 일치하고 있다.
김 총재는 무엇보다 대통령제에 집착해왔다. 다만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보듯 지역적 한계와 야권후보의 분열을 어떻게든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는 보완책으로서 부통령제를,야권 후보단일화 압력에 대비해 결선투표제를 각각 구상했다는 풀이다.
이것은 동시에 지역감정 해소와 소수파 대통령 출현배제라는 여권의 내각제개헌 논리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
김 총재는 14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부통령제 개헌안을 내놓겠다고 시점을 멀리 잡아 당장 이것이 여야 개헌협상으로 이어져 내각제개헌 논의를 다시 촉발할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서둘러 이 문제를 새삼 꺼낸 것은 여권내의 내분ㆍ갈등이 차기 대권과 깊이 고리지어 있고 그 요체는 헌정체제라는 점을 간취,여권의 내분을 부채질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한마디로 여권에 소강상태에서 내부정리를 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며 대권을 둘러싼 내분을 증폭시키려고 시도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여러 채널을 통해 내각제를 관철하겠다던 노 대통령이 내각제 포기를 받아들임으로써 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상태에서 차기 대권문제의 표출은 여권을 지진상태로 몰아넣을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총재가 앞으로 있을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회담에서 이런 문제들을 제기한다면 그 영향은 여권 내부에 여러 갈래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김 총재가 누차 『YS(김 대표)는 이제부터 몰락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도 여권내의 복잡한 상황전개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 총재는 대권고지로 향한 자신의 입지를 다지면서 개헌논의 등으로 민자당을 흔드는 전략을 계속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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