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 VS '농업인의 날'

중앙일보

입력

11월 11일,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빼빼로 데이'와 '농업인의 날'의 전쟁(?)이 재현되고 있다.

제과업체는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된 '빼빼로데이'를 맞아 대대적인 판촉 전략을 마련, 청소년층을 주 대상고객으로 데이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농업인단체와 농협 등은 흙토(土) 3개가 겹치는 토월(土月 :11월), 토일(土日 :11일), 토시(土時 :11시)는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민들의 한해 노고를 위로하는 '농업인의 날'이라며, 국적불명의 빼빼로데이에 휘청거리는 청소년들에게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는 농업인의 날 제정 취지를 학생들에게 바로 알리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까지 높이고 있다.

해마다 승부는 빼빼로데이가 농업인의 날 보다 흥행(?)에 성공하지만 두 날의 싸움은 11월만 되면 되풀이되고 있다.

빼빼로데이의 유래는 1994년 부산에 있는 여중.고생들이 1의 숫자가 네번 겹치는 11월 11일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는 의미에서 빼빼로를 선물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전국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전국 확산의 배경에는 빼빼로를 생산하는 특정 제과업체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빼빼로데이가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과 우정,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로까지 발전되면서 이 업체는 빼빼로데이를 전후한 3개월간의 매출이 연간 빼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농업인의 날'을 맞아 해마다 행사를 열고 있는 농업인단체와 농협 등은 빼빼로데이에 대한 불만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적불명의 빼빼로데이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지만 농업인의 날에 대한 관심은 더욱 희미해져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들의 마음을 더욱 허탈하고 삭막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입농산물이 넘쳐나는데다 추곡수매제까지 폐지돼 판로를 잃은 농촌현실을 외면한 채 '빼빼로데이'를 겨냥한 얄팍한 상술로 '농업인의 날'을 오도하며 농민들을 멍들게하는 그릇된 상혼을 퇴치하고 신토불이 농산물을 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빼빼로데이처럼 데이마케팅에 이용되는 '○○데이'는 연간 50여일에 이른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주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화이트데이(3월 14일)는 기본이고, 솔로여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때 외롭게 보낸 남녀가 자장면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하자는 블랙데이(4월 14일)도 있다.

이 밖에 초코파이데이(10월10일), 와인데이(10월 14일), 에이스데이(10월 31일), 제크데이(11월 12일) 등 새로운 뒤늦게 데이마케팅에 합류한 것들도 조금씩 명성(?)을 알려가고 있다.

이에 질세라 농축산물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캠페인성 데이마케팅도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삼겹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삼겹살데이(3월3일)'나 오리나 오이를 함께 먹자는 '오이(오리)데이(5월2일)', 유기농 농산물 소비를 위한 '유기농데이(6월2일)', 닭.오리고기 소비 촉진을 위한 '구구데이(9월9일)', 둘이 서로 사과를 주고 받으며 용서하고 화해하는 '사과데이(10월24일)' 등이다.

최근에는 참치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참치데이(3월 7일)'와 브래지어 끈 모양의 11과 가슴 모양의 8을 본떠 만든 '브래지어데이(11월8일)'도 만들어 졌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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