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이양 시기 늦춰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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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경질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등 한.미 동맹 현안도 변화를 겪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어온 전작권 이양 문제의 경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양국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에 대해 주미 대사관 관계자와 워싱턴 현지 소식통들은 "전작권 이양과 주한미군 재배치는 이미 협상이 타결된 상황인 만큼 큰 틀에서는 별다른 변화 없이 진행돼 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작권 이양 늦춰지나=워싱턴 군사 소식통은 "전작권 이양은 럼즈펠드 장관이 주도하는 모양을 보이긴 했지만 한.미 국방당국의 합의로 결정된 것"이라며 "장관 교체가 이런 합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2009년까지 전작권 이양을 마치려던 럼즈펠드 전 장관이 퇴진한 만큼 이양 시기는 한국 주장대로 2012년이 관철될 여지가 다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베월 벨 한미연합사령관도 럼즈펠드 전 장관의 '빨리빨리' 압박에서 해방되면 이양 시기 등에 있어 지금보다 훨씬 유연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전작권 이양의 실무작업을 총괄해온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다. 그는 지난달 미 국방부의 부서 개편 결과 아태담당 차관보에 내정됐다.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일대 미군 배치와 운용을 총괄하는 중책이다. 신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지명자가 이 같은 부서 개편을 수용한다면 전작권 이양은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임 장관이 새로운 조직 구성을 원한다면 전작권 이양 과정도 그에 따라 약간의 조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소식통은 "신임 장관은 독불장군형이었던 럼즈펠드와 달리 동맹국 의견을 가급적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럴 경우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미 동맹이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핵=럼즈펠드 전 장관은 부시 정권 초기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대북 강경파의 선봉에 섰다. 그는 2003년 6자회담이 처음 열렸을 때 강경파인 존 볼턴 당시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을 미국 측 수석대표에 앉히려 했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가 악화하면서 럼즈펠드는 북핵 문제에서의 발언권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따라서 그의 교체가 지금의 북핵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다만 럼즈펠드 전 장관은 강경파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그의 퇴진은 상징적으로나마 협상파의 입지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도 '미국이 군사행동 카드를 접었다'고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서울=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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