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향곡(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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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은 남부독일 바덴바덴,그의 집에서 작곡되었다. 사람들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과 제6번을 합쳐놓은 곡처럼 친숙하게 들린다고 말한다.
제1악장의 중후한 분위기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같은 느낌을 준다. 2악장 역시 베토벤 6번의 전원교향곡처럼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무드를 풍긴다. 제3악장은 리드미컬한,희열에 넘친 무곡풍이다.
10월3일,독일이 통일되던 날,새 독일연방공화국의 수도가 될 베를린의 베를린 필하머닉 홀에선 축하공연으로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의 3,4악장이 연주되었다. 전곡에 흐르는 힘찬 리듬은 독일사람들의 감격적인 심정에 맞을 것도 같다. 그러나 이 교향곡의 보다 깊은 인상은 인간애에 넘친 따뜻한 멜러디다. 독일의 통일은 인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상징처럼 들린다.
같은 날 동베를린의 옛 동독국립극장에선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가 연주되었다. 『환희여,아름다운 신과 같은 황홀함이여….』 실러의 시에 베토벤이 작곡을 했다. 한 나라의 주권이 소멸하고,국기가 사라지는 슬픈 날에 환희의 합창곡을 소리 높여 부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아이러니,그것이 바로 분단국이다.
그날 자정,통일 독일의 여명이 시작되는 수도 베를린,이젠 동도,서도 아닌,이름 그대로의 베를린 옛 의회 앞 광장에선 새 독일의 국민들이 국가를 합창했다. TV화면에 비친 독일사람들의 눈엔 눈물이 괴어 있었다. 하이든의 작곡에 가사를 붙인 이 국가는 서독에서 불러온 멜러디였다. 교회의 찬송가로도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은 곡이다.
같은 민족,같은 문화유산,똑같은 베토벤과 브람스와 하이든을 갖고 수백년 함께 살아온 민족이 인위적으로 분단되어 이념을 달리하고 증오하며 지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분통터지고 슬픈 일이다.
동독의 로타 드 메지에르 총리는 동독의 종언을 고하는 고별사에서 『한나라가 이처럼 소멸하는 것은 역사상 보기 드문 일입니다. 그러나 한민족이 분단되어 사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독의 콜 총리는 같은 민족의 인위적인 분단은 오래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통일 독일은 이제 『앞만 보고 나가자』고 제의했다.
마침 추석절,철조망 앞에서 북녘을 향해 절을 해야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멀다. 꿈만 같은 일을 독일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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