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생명의 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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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기 그림이다. 물론 화가는 '성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인간 최초의 둥지인 자궁, 태반"이라 에둘러 말하고 있다.

소재의 특수성에도 불구, 외설과는 하등 무관한 화면이다. 검붉은 핏빛이 섬뜩한 '낙태 공화국', 의도적으로 생식기능을 차단한 '출산 파업' 등 그림이 던지는 무거운 주제 덕 혹은 탓이다. 선정적인 시각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서양화가 박미진(33)씨의 작품들이다. 최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분만(parturition)'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마쳤다. 그녀는 "예술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니 의아해 하는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공감하는 20, 30대 여성이 많았다"고 전했다.

결국 작가의 작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성기 부위에 날카로운 금속침을 가득 꽂은 그림 '금속 둥지'가 상징하는 결혼·출산 거부 연령대가 바로 이들 젊은 가임 여성이기 때문이다. '금속 둥지'는 곧 그들의 변종 정조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씨의 비판 대상은 혼인을 꺼리는 여성이 아니다. 작금의 출산 기피 현상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판단한다. "출산과 양육은 가정의 몫이라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고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전환할 때"라는 메시지 전파다.

작가는 지난 6월부터 홍익대 미술교육원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M전, 만추의 현대미술전, 그리고 24일 끝난 개인전까지 오로지 '성기 그림'만 내걸어왔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의사소통 기회 마련에 자신의 미술을 매체로 내놓은 것이다. <사진> 왼쪽은 '금속 둥지'(35×35㎝), 오른쪽은 '출산 파업'(91×61.6㎝)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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