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4차 본협상 3일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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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지원위원회 한덕수 위원장이 주최한 오찬이 2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한 위원장(中),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左), 김종훈 수석대표가 건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서비스 시장 개방과 별도로 교육방송(EBS).한국방송광고공사 등 다섯 개 공기업의 개방을 추가로 요구했다. 미국은 또 신발.어린이 완구.TV브라운관.스포츠 용품 등 1000여 개 공산품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내용의 상품 분야 시장개방계획(양허안)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우리 측이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빠져 있다며 반발해 계속 협의키로 했다.

한.미 양국은 한.미 FTA 4차 본협상 사흘째인 25일 제주도 호텔신라에서 상품.서비스 등 14개 분과별로 쟁점 타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상품.농산물 분야의 시장 개방 확대를 서로 요구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 5개 공기업 추가 개방=미국이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다섯 개의 공기업은 교육방송.한국방송광고공사 외에 인천공항공사.부산항만공사.한국공항공사 등이다. 미국은 서비스 분야 협상에서 법률.회계.택배 등 11개 업종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공공조달시장의 개방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육방송.방송광고 대행 서비스 분야에서의 각종 콘텐트 제작.수주 용역 등이 포함된 분야를 개방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특히 세계 140여 개 주요 선박업체가 기항하는 부산항과 여객수송 세계 10위 수준인 인천국제공항의 각종 공사나 화물 하역 등에도 미국 기업의 진출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이들 기업을 앞으로 민영화할 계획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방하라 마라 할 수 없으며 정부조달시장 협상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분과 한국 대표단 관계자는 "미국이 콘텐트.컨설팅 등 정부조달 분야에 포함된 각종 서비스 용역의 개방을 통해 서비스시장의 개방 범위를 넓히려는 것으로 보여 정확한 진의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 치열한 힘겨루기, 상품 개방 협상=미국은 이날 1000여 개 품목을 '관세 즉시 철폐' 품목으로 바꾼 양허안 수정안을 제시했다. 한국은 이에 대해 전체 대미 수출액의 23%를 차지하는 자동차 관련 품목이 모두 조기개방 불가 품목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상품 시장 개방 규모가 전체 대미 수출액 60% 수준의 품목에만 해당돼 한국이 미국에 제시한 우리 측 개방안(75%)보다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우리의 최대 관심 품목인 자동차를 개방 불가 품목으로 남겨 놓고 전체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세적인 섬유 분야 협상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의류.직물.섬유 원료 등의 주요 품목을 10년간 장기 관세 철폐 품목으로 두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이날 협상을 하루 앞당겨 조기 종결하고 나중에 다시 논의키로 했다.

제주=홍병기 기자<klaatu@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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