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다시 참패한 열린우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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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열린우리당이 또 참패했다. 10.25 재.보선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줬다. 2005년 이후 치러진 네 번의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이긴 곳은 한 곳도 없다. 어제 9곳을 더해 40 대 0이다. 이런 결과는 선거 초반부터 예상돼 왔다. 그러니 세 번 지나 네 번을 지나 달라질 게 있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선거에서 한두 번 지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고 외면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집권당의 현실이다.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민심을 살피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연패 원인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국정의 무능과 총체적 실패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게 민심이다. 여기에 북한의 핵실험 이후 전개되는 상황이 여론의 방향을 굳혔다. 위기 상황에서 혼선과 번복과 거짓말이 이어지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집권당 대표가 개성에서 춤을 춘 것이 여론에 쐐기를 박았다. 전.현 당의장이 잇따라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당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당의 최고 책임자가 잘못 만들어진 당이라고 외치는데 누가 그 당에 투표하겠는가.

더군다나 열린우리당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네 곳 중 한 곳도 후보를 내지 못했다. 특정 지역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다. 충청.호남.영남 어느 곳에서도 내지 못했다. 이러고서도 집권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미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에서 마음이 떠난 의원이 상당수다. 선거 뒤에는 정계개편론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옷만 갈아입는다고 정책 실패의 책임마저 털어버릴 수는 없다. 정계개편이 실정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