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똑 소리 나는 소비자 잡기 '브랜드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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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패션.뷰티 업계는 이미지로 승부를 겨루는 시장이다. 그래서일까? 신문.방송.잡지 등 기존의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멋진 이미지'의 광고는 대부분 패션과 뷰티 업계의 몫이다. 그렇지만 요즘 소비자는 사실 멋진 이미지보다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똑똑한 소비자'를 멋진 이미지와 제품만으로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패션.뷰티 업계에서 예전 모 유업이 했던 것처럼 상세하기 이를 데 없이 제품을 설명하는 광고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관련 업계가 이런 똑똑하고 파급력 있는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일명 '브랜드 신문(페이퍼)'이다. 정확한 이름은 회사마다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인 컨셉트는 별반 다르지 않다. 형태는 타블로이드판(일반 신문을 반으로 접어놓은 사이즈의 판형), 물론 올 컬러 인쇄다. 내용은 패션회사라면 유행 경향과 스타일링 법, 뷰티회사라면 역시 유행 경향과 메이크업 팁 등이다.

유명 연예인이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고, 제품의 역사나 활용법 등도 많이 나온다. 역시 이 신문에 등장하는 의상과 화장품은 모두 자기 브랜드다. 무료인 '브랜드 신문'은 주로 브랜드의 매장은 물론이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곳, 또 지하철에서 배포되는 무료신문에 삽입돼 소비자들을 만난다.

LG패션의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인 '헤지스'가 발행하는 브랜드 신문을 예로 보자. 지난 여름 피케셔츠 활용법 등을 주요 내용으로 첫 호를 발행한 '헤지스 신문'(사진)은 올 가을엔 코트 등을 비롯한 아우터를 주제로 만들었다. 모델 출신 연예인인 최여진과 이천희를 모델로 여성과 남성 두 가지 판으로 모두 15만 부를 발행했다. 주요 커피숍.레스토랑.대학가 등지에 배포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해외 유명 스타의 스타일을 사진으로 제시한 후 그 스타일을 그대로 헤지스로 코디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화장품 브랜드인 라네즈도 '라네즈 캠페인 페이퍼'라는 이름으로 브랜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담당자는 "고급스러운 패션화보보다 부담없이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신문처럼 구성했다"고 말한다. 25세에서 30세 사이의 여성을 대상으로 25만 부 정도 발행하고 절반은 화장품 전문점에서, 절반은 지하철 무료 신문과 연계해 배포한다고 한다. 아예 광고를 안 하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인 '키엘'도 입소문 마케팅의 방법으로 '키엘 익스프레스'라는 브랜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제품의 성분과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 담당자의 전언이다.

이런 브랜드 신문은 홍보 일색이라는 느낌보다 은근히 정보가 많다는 생각이 들 만큼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역시나 똑똑한 소비자를 유혹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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