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죽은 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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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죽은 나무'- 최창균(1960~ )

죽은 나무가 한 나무에 기대어 있다

누군가에 기대어

한 생이 고요해지는 순간,

거기 검은 촛불을 켜놓고

땅으로 걸어 내려오는 저 향기



마당 가에 나무 심는데 옆집 여자 나타나 나무를 심지 말란다. 자기 집 쪽으로 나뭇잎 떨어진단다. 오, 맙소사. 몽매여! 하나 가르쳐 드리자면 인류를 위한 가장 손쉬운 일 하나가 나무를 심는 일 아닐까? 나무가 죽으면 멀리 가던 향기는 하는 수 없이 걸어 내려올 수밖에. 죽은 나무는 인류를 추모하는 '검은 촛불'이다. 저 가뭄에 목 타는 나무를 살려라!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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