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규하 전 대통령 빈소 줄이은 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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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사진위)와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최규하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최규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엔 김영삼(YS) 전 대통령,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40분 간격으로 차례로 찾았다.

작고한 대통령과 두 전직 대통령의 얽히고 설킨 인연은 10.26 후 맺어졌다. 당시 제1 야당의 지도자였던 YS는 최 대통령을 만나 민주화 일정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최 대통령은 '가택 연금'된 신분에 '재야 인사'로만 표현되던 DJ를 해금시켜 줬다. YS 대통령 시절 신군부 세력(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사법 처리될 때 최 전 대통령은 법정 증인으로 출두 요구를 받았으나 거부했다.

◆ "일찍 돌아가셔서 … 안타깝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후 2시20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을 한 뒤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더 살 수 있는 나이인데 조금 일찍 돌아가신 것 같다. 안타깝다"고 입을 뗀 뒤 최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대통령 하시던 시절에 내가 야당 총재여서 두 번 만났다. 처음엔 '대통령 직선으로 선거를 빨리 치르라'고 했더니 '빨리 하겠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만날 때 '왜 안 하느냐'고 하니 '선거제도를 알아보러 남미와 유럽 등지에 가보겠다'며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 "중후하고 성실한 인격"=오후 3시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최 전 대통령은 한국 외교의 중심이었고 공(功)도 많았다. 또 중후하고 성실한 인격으로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내가)국회의원이던 시절, 장관이던 최 전 대통령과 국사를 논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 일정 취소하고 조문할 예정=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선영 성묘와 모교인 대구공고 체육대회 참석차 21일부터 대구를 방문 중인 전 전 대통령은 소식을 전해듣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남은 대구 일정을 취소하고 23일 상경해 오후 4시쯤 조문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최 전 대통령 별세에 대해) 별다른 말씀이 없었다"며 "노 전 대통령도 몸이 좋지 않아 조문은 힘들 것 같다"고만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서울 연희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 유족과 통화한 노 대통령=노무현 대통령은 오후 4시50분부터 5분간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씨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노 대통령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또 "유족 및 최 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 그리고 국민들이 최 전 대통령의 일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장례 절차를 마련하는 데 노력하겠다"며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 국민장이란=22일 별세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國民葬)으로 치러진다. 정부 수립 이후 열두 번째다.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률'은 국민장 장례기간을 7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장례 비용도 일부 국고에서 지급된다. 장례 당일 조기(弔旗)를 게양하도록 돼 있다. 김구 선생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이외에 이시영.김성수.함태영.장면 전 부통령, 신익희 전 국회의장, 조병옥 전 대통령 후보, 육영수 여사(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가 별세했을 때 국민장을 지냈다. 정부가 주관하는 최고의 장례 절차는 국장(國葬)이다. 역대 대통령으론 유일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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