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가 요구하는 수준 정확히 파악해 보라 지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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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후 결의안의 본뜻이 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 대통령은 20일 방한 중인 아소 다로(生太郞) 일본 외상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다.

아소 외상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여러 얘기를 했다"며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입장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일본과 미국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당부나 강요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라는 게 각국에 권고하는 최소한의 수준이고 가급적 그보다 높게 해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인지, 아니면 너무 높게도 하지 말고 너무 낮게도 하지 말고 안보리 결의안을 기준 삼아 그 수준을 지키라는 권고인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 보라고 지시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 가지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을 겨냥했다는 게 첫째다.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일본 각료들은 '대북 선제공격론'을 언급했다. 그런 만큼 일본 안에서 핵 무장론이 본격화하면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또 대화.제재 병행론을 내세운 노 대통령으로선 일본 정부가 대북 강경 제재에 앞장서는 모습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일본의 대북 제재 수위가 지나쳐선 안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정부가 대북 제재 방안을 확정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담았다고 봐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결의안 이행 보고는 결의 후 30일 안에 하기로 돼 있다"며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본 후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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